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둔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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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이 될수록, 우리의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둔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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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러운, 부끄러운, 어색한 낯선
너와의 첫 느낌들이
마찰음을 내며 허공에 울려 퍼진다.
너라는 세계와 나라는 세계가 부딪칠 때마다
그 진동은 나를 찌릿하게 만들고
나는 허공에 붕뜨고 쾌락에 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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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에 뱉는 작은 신음
'좋아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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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가 점점 붙어간다.
오랜 마찰 끝에 거칠고 모나고 울퉁불퉁했던
우리의 세계의 경계가
무뎌지고 둥그러지고 익숙해진다.
우리의 세계는 하나는 아니지만
세계의 만남마다, 더 이상의 마찰음은 없다.
아주 미세한 진동만이 끝과 끝을 통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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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허물어진 경계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세계를 거닌다.
너의 세계는 나의 세계가 되고,
나의 세계는 너의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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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종 사라진 마찰음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또는 의심한다.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