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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May 13. 2016

구탐일_4.시간과 감정의 반비례관계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둔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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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이 될수록, 우리의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둔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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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러운, 부끄러운, 어색한 낯선

너와의 첫 느낌들이

마찰음을 내며 허공에 울려 퍼진다.

너라는 세계와 나라는 세계가 부딪칠 때마다

그 진동은 나를 찌릿하게 만들고

나는 허공에 붕뜨고 쾌락에 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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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에 뱉는 작은 신음

'좋아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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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가 점점 붙어간다.

오랜 마찰 끝에 거칠고 모나고 울퉁불퉁했던

우리의 세계의 경계가

무뎌지고 둥그러지고 익숙해진다.

우리의 세계는 하나는 아니지만

세계의 만남마다, 더 이상의 마찰음은 없다.

아주 미세한 진동만이 끝과 끝을 통해 존재한다.


-

너와 나는 허물어진 경계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세계를 거닌다.

너의 세계는 나의 세계가 되고,

나의 세계는 너의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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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종 사라진 마찰음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또는 의심한다.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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