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해명할 필요는 없다

내 주변을 이간질하고 나를 모함하는 사람 대처법

by 하원

BGM : Misunderstood - 다이나믹 듀오





오해는 흔하다. 별로 달갑지 않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는 오해가 따라다닌다.


사람이니까,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다.




차원을 넘나들며 나름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게 인간만의 가진 특성이니까.




무언가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사람의 시선과 감상이 똑같다면 아주 희박한 확률의 일치일 뿐이다.


그마저도 같은 걸 느끼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개개인은 고유하다. 그래서 존엄하다.




문제는 오해가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오해는 오해를 부르고, 몸집을 키워간다.


중간에서 와전되기도 하고, 입맛대로 양념을 치며 오해를 소문으로 불려 나간다.




오해와 소문, 소문과 오해.


마음 깊숙이 숨어있는 시기질투, 존재감을 높이고 싶은 인정 욕구에 의해서 없던 일도 있던 일로, 있던 일도 없던 일로 둔갑시키는 실체 없는 진실.




혼자서 눈 마주치고 물으면 제대로 답할 자신도 없으면서, 다수의 뒤에 숨어서 완전히 잘못짚은 진실을 퍼뜨린다.




때때로 오해된 진실은 뜻밖에도 힘을 가진다.




단죄한다는 명분, 남을 심판하려는 비겁함이 만들어낸 그 대단한 진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진실인지도 모르는 그들만의 사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들이 왜 생겨나는 걸까.




역설적이게도 너무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주체성이 너무 강해서.

본인이 틀렸을 거란 가정조차를 못해서.

본인이 부족한 점을 외면하는 미성숙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완벽한 사람'에 대한 환상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결함에 대한 참을성이나 포용력이 바닥인 것 같다.




때문에 '내가 틀렸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평가가 너무 만연하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도 흔하다.




자격지심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착각하고, 착각은 오해가 되고, 오해는 소문을 부른다.




소문은 분위기를 만든다.


분위기를 만든 사람, 즉 소문을 만든 사람, 제멋대로 오해하고, 착각한 사람이 여론을 장악한다.


또는 그렇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소문을 내고, 분위기를 만든다.




분위기는 민주주의, 관계주의가 짙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무기이고, 힘이다. 그렇게 소문과 오해는 힘을 갖는다.




진심과 사실은 그들에겐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힘'을 가져서 어떻게든 우위에 서고 싶을 뿐이다.


'힘'을 가져서 자기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결점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고, 자신이 그 결점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자에게 양심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이 최우선일 뿐.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를 다시 만났다.


온갖 거짓말로 이 친구와 저 친구 사이를 옮겨 다니며, 서로 이간질을 시켰던 바로 그였다.

그는 반에 있는 모든 친구들을 평가하고 서로 오해하게 하고, 따돌리기를 종용했다.




대놓고 그에게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친구들이 그와 사이좋게 지낼 때에도,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은근히 나를 얕잡아 보고, 깔아 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두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내 친구의 친구라서 아는 애 정도로 두었다.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여전해 보였다.


학급의 분위기를 장악한, '힘'이 있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그러다 나랑 친해진 친구들과 그가 인사를 나누고 내게 빙긋 웃으며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며 오싹해졌다.

등줄기를 타고 싸함이 흘러내렸다.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그는 점점 더 친근하게 굴었고, 어떻게든 나랑 친해지려고 애썼다.


그 모습에 어쩌면 내가 단단히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괜히 예민해져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그와 있었던 일과 그가 어떤 행실을 가진 아이였는지를 굳이 말하지 않았다.




방심했다. 줄곧 긴장했는데, 어느 순간 빈틈을 보였다.


꿈에도 몰랐다.


그가 던진 질문들이 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 한 말이 와전되어 흉을 본 걸로 되어 있었다.




그는 애초에 과거의 자신을 아는 나와 친구가 될 생각이 없었다.


철저히 깔아왔던 밑밥에 내가 걸려들었다.




이미 나를 오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많은 인원이 뒷 정원에서 모였다.


갑자기 대질신문이 시작되었다.


만들어진 진실 앞에 사실은 힘이 없었다.




그날부터 꽤 오랫동안 놀잇감이 되었다.


비아냥을 듣고,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나부터 시작이었다.


그들은 결국 서로를 헐뜯고 이간질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분열되었다.




'처음에 그와 친해지기 싫어할 때, 내 말을 잘 들어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라는 복수심 가득한 비열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혼자 남겨지더라도, 그 안에서 휘둘리고 휩쓸리고 물들어서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을 하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꼈다.




오해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아무리 해명을 하고, 오해를 풀어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더 찐득하게 엉겨 붙고 꽁꽁 엉킬 뿐이다.




이제는 오해하도록 둔다. 맘껏 미워하도록 둔다.


착한 사람으로 있기보다, 내 삶을 우선으로 둔다.




똑같이 악랄하고 비열하지 않도록 우아하게 중심을 잡는 데 더 힘쓴다.


어차피 오해는 오해할 사람만 한다.


오해하고 싶은 사람과 오해할 사람은 오해하게 둔다.




만들어진 진실은 언젠가 베일을 벗고, 사실이 드러난다.


나는 내 삶을 더 견고하고 풍요롭게 만들면서, 간간이 내가 사실이라는 증거를 모아두면 된다.




나한테 당장 또는 미래에 큰 타격을 입히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




태풍의 눈이 되면 된다.


태풍의 바깥에서 같이 춤추지 않고, 가장 중심에서 오히려 안전하게.




누군가 공격한다고 곧장 칼을 휘두를 필요 없다. 펜싱 하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곳을 노리거나, 그를 내 편으로 끌어당겨 팀이 되면 된다.




언제든 분위기는 역전시킬 수 있다.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과 분위기를 장악하는 힘의 영향력,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중심인물만 안다면.
굳이 정면으로 나설 필요 없다.




그보다는 똑같이 소문을 퍼뜨려, 이간질하는 세력이 서로서로를 이간질하며 와해되기를 기다리는 편이 한결 수월하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과 통찰을 갖기까지가 그야말로 힘들다.


아직 나도 수련해 가는 중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시야를 온통 바깥에 두고 있는 사람을 일일이 상대하다가는 지쳐버린다.


어차피 모든 '진실'과 '사실'이 밝혀지는 걸 두려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맘껏 오해하게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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