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륵... 시험공부하고 과제하는 것 빼고는 왜 다 재밌어?
지난 1편부터 매일, 길어야 2일, 그 이상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을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나는 대단한 글을 써서 얼른 빨리 작가가 될 거야!', '누가 봐도 창피하지 않을 멋들어진 글을 써내고야 말겠어!', '완성도 높은 글을 써내야만 해.'
와 같은 압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매일 같이 쓰는 일기를 나만 보는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끄적이는 것이었다. 핸드폰 메모장에 끄적이면 잠들어 있는 글, 언젠가 다시 꺼내봐야 내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글이 되지만, 브런치에 발행하면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또 나한테는 라이킷과 댓글로 살아 숨 쉬는 글이 되는 것, 그게 좋아서 일기처럼 계속 매일 같이 쓰게 됐다.
사실 일기처럼 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브런치에 발행해 왔던 모든 글이 그냥 그때의 공기, 생각,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지금 보면 창피할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회고록에 가깝다. 그냥 쓰면 되니까 썼다. 쓰다 보면 생각도 정리가 되고, 독자님이자 작가님이신 분들께서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는데, 댓글을 달아준다는 게 더 좋았다.
그 댓글이 왜 좋았냐면,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빈번하게 '아, 세상에는 정말 너무나도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공존해 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나. 나도 가끔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대체 누가 나를 이해해주지? 싶을 때,
'내가 틀렸고, 내가 어리석고, 내가 아직은 어려서 뭘 모른다'면서 나를 흔드는 말들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 치며 웃어넘기지만 가끔은 그 말이 나를 쥐고 흔들어댈 때, 그 말이 맞나?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을 때. 바로 그때!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때부터 '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꽤나 자주 해왔다.
왜?
항상 헷갈렸다. 나한테 예민하다는 저 사람들 말대로 내가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따지는 게 많은 피곤한 스타일인 건지, 아니면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드는 저 사람들이 상식도 예의도 뭣도 없는 사람들인 건지, 내가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려 하고, 저들과 똑같이 나만의 시각으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와 의견 충돌이 생길 때면 매번 헷갈렸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저번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이게 아니라 하고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처럼 화나는 게 없다!)
나한텐 이렇게 하라고 하더니 본인은 그렇게 안 하길래 얘기하면 잊어버린 거라 하고(내로남불 하지 맙시다......)
내가 잊어버렸을 땐,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느냐고 하고(사람이니까요?)
내가 생각하기에 당연한 것을 하지 않아서 얘기했을 땐,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자, 그럴 수도 있지라더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당연한 문제점을 내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게 어떻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지?라고 이의를 제기하면 이해하지 못하고 기본도 안되어 있다면서 일장 훈계나 조언, 충고를 늘어놓은 사람들.(나만 좋게 넘어가는 게 국률이니?)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
그러면서 타인의 삶에는 감 놔라 배 놔라 훈수 두는 사람
본인이 둔감하고 눈치 없고 예의 없고 경우 없고 기준이나 원칙이 정확하지 않은 거면서 남한테 '진지충' 등 '충'으로 끝나는 별명을 지어 멀쩡한 사람을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남이 다 해 놓은 밥에 숟가락만 얻으면서 뻔뻔한 낯짝을 들이미는 사람 등등
그들이 보는 나는 너무 예민했고, 내가 보는 그들은 둔감했다. 내가 둔감한 부분에 있어서 그들은 예민한 감각과 시간, 노력을 들였겠지만,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체로 그들이 무례했다.
지금은 그것을 안다.
하여튼, 아무튼 간에.
이런 내 생각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길, 사실 삶아오면서 많은 시간 동안 바라 왔다. 누군갈 붙잡고, 특히 가까운 지인에게 '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이상한 거야?'라고 묻기엔 애매한, 또는 그런 말을 꺼낼 용기까지는 나지 않는, 또는 너무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라서 할까 말까 고민되는 이야기들을 한 번쯤은 낯선 사람이라도 붙잡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처럼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아니 그래서 내가 진짜 이상한 거야? 나 이상해?'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면서, 본인이 겪었던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건네 왔다. 나는 그저 나의 이상함에 대해서, 내 주변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 이상하다 느끼는 나의 특이점에 대해서 털어놓았을 뿐인데 말이다. 그게 좋았다. 그 댓글들이. 그래서 좋았다.
매일매일 한 편씩 일기를 썼을 뿐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처럼, 다이어터이자, 누군가의 딸, 프리랜서를 꿈꾸는 지망생, 프로 집순이, 대학생 등등 나의 역할에 대해서, 거기서 느껴지는 부분들에 대해서 속에 깊숙이 밀어놓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매일 발행했을 뿐이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다. 나의 인생은 분명히도. 너무 나도 좋은 방향으로 급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동안의 속도와는 다르게 무언가, 곧 성과를 낼 듯한 어마어마한 좋은 기운이 몰려오는 기분과 함께.
나는 이상주의자이지만 현실주의자이며, 실용주의자이다. (INTJ형) 외향성과 내향성도 딱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만큼 균형을 중요시하고,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가를 굉장히 많이 따지고 머릿속에서 공상하고, 공상을 실현시키려 최대 효율을 찾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최고로 좋은 성적, 높은 성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뤄낼 수 없다.
타인과 나 모두 인정할 만큼의 재능이 있는 분야가 아니다.
노력해서 달라지는 것은 너무도 미미하고, 그것이 확장되어서 긍정적이고 파급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등의 생각이 들면, 바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될 것 같은, 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로 발 빠르게 옮겨갔고, 그래서 나 스스로 '나는 끈질기지 못하고 금방 포기하고 질려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사실 브런치도 초반에 조회수가 잘 나왔다가 파바박 하고 떨어졌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 아, 쉬어야겠다. 그만 써야겠다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7~10편 무렵) 11편을 쓰고 하나씩 더 쌓여가는 글들을 보면서, 아, 나 됐다. 나 이제 꾸준한 사람 됐다. 생각했다. 지금도 사실 놀랍다. 벌써 29편을 쓰고 있다니, 내가 29일 동안이나 글을 계속 써냈다니!
글쓰기와 기록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다니.
그렇지만 달라지지 않는 점도 있다. 과제나 시험공부는 여전히 하기가 싫다. 여전히 숨 쉬는 게 더 재밌고 운동과 다이어트, 글쓰기가 더 재밌다. 사람이 정말 꾸준하게 해서 변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꾸준하게도 변하지 않는 기질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소재, 심적으로 힘든 부분을 많이 꺼내 놓느라, 사실 좋으면서도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가 살짝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아버지가 꼭 그런 사람만은 아닌데, 너무 나쁜 모습만 이야기해서 사람들이 아버지를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볼까 봐 두렵고, 죄스럽고, 속상했다. 물론 아버지의 하나의 모습이고, 내가 정말 힘든 점은 맞지만, 한 편으로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은 이런 글인데, 나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행복하면서도 아빠를 볼 때면, 사람들한테 너무 나쁘기만 한 아버지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서 너무 죄스럽고 아빠를 보기도 민망하고 속상해져. 어쩌면 좋지. '싶은 마음에 글을 쓰려고 해도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냥 나다운 글을 쓰기로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 말고, 여태까지 그랬듯이 나답게, 나다운 글을 써 내려가기로 했다. 최대한 솔직하고, 가감 없이 나라는 사람이 가진 생각을 그냥 끄집어서 던져놓는 글을 쓰기로 했다. 케쥬얼 하고, 읽기에 부담 없고, 그런 글도 써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글이 술술 써진다. 내가 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 존재는 단지 누군가의 '딸'이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늘어놓으려고 한다. 여태까지 그랬듯.
오늘의 아침식사. 계란새우컬리플라워 오트밀 죽과 알타리김치. 요즘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양 조절도 너무 쉽게 잘 되고 있다. 그리고 몸이 정말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 주 목표는 시험 준비를 잘하고, 과제도 오늘 다 끝내 놓고 16일 종강까지 힘차고 뿌듯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내 건강과 행복은 내가 지킨다. 누구한테도 기대지 않아도 나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어. 내 버팀목은 내가 만들 거고, 내가 될 거야. 그야말로 멋진 삶이지 않니? 1년 뒤에 나는 이 글을 보고 얼마나 기특하게 여길까. 오늘을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여길까. 벌써부터 가슴 설렌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대신, 정말 꾸준히 해야만 한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힘은 정말 크다는 것을 안다. 다만 시도해야 하고, 그것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문제점과 장점을 찾고 계속 해결책을 찾고, 남한테는 그 방법이 맞다 강요하거나, 우기지 않으며 그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예민한 사람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유형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요즘 식단 강박도 정말 많이 없어지고 음식에 대한 집착, 또 사람한테서 느끼는 환멸이나 분노가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행복하다. 그리고 신기하다.
글을 쓰고 싶지만, 이번 주는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더 이상 글을 쓸 틈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오늘 쓰기로 했다. 너무 오랫동안 글을 써서 글이 써질까 싶었는데 한 보따리다. 대학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와 방향성, 방식대로 묵묵히 꾸준히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