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다가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라도 만나서 파티를 하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설움을 한 번에 풀어버릴 만큼 화려하고 재밌게 보내자'라고 계획했던 코로나 1단계 당시의 나와 친구들, 그리고 크루들, 언니와의 약속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린 지금,
샘솟는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큰 우울감으로 다가왔다. 시험 기간이라서 글을 쓸 만큼 심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재작년에, 그전에 여행 좀 많이 다녀둘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한 달에 한 번쯤은 친구들이랑 만나서 사진도 많이 찍고 영상도 많이 남겼을 텐데. 그럼 평소엔 하기 싫었던 브이로그 편집을 재밌어하면서 추억 여행이라도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최근 정말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의 나답지 않았다. 후회하는 것, 미련 두는 것을 정말 안 하고 싫어해서 지나간 것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편인데 자꾸만 뒤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지금 이 나이와 이 시간,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신 돌아올 수 없고, 다시 겪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자.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데, 이렇듯 언제 갑자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계절의 변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자유롭게 마스크 없이 밖을 거닐었던 때가 마치 꿈같듯이 겨울이 꿈같은 때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조금 귀찮은, 다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는데 우리 집은 그저 공휴일 중 하루에 불과한 그런 기간이었는데, 대학에 와서는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해서, 이 시기엔 꼭 일 년 간 자주 못 만난 친구들을 만나 따뜻하고 포근한 추억을 많이 쌓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불가능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지금 이 새벽에 갑자기 든 생각은,
영원한 것,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 즐길 수 있는 모든 것,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경험해야겠다는 것이다.
이 계절을 느끼기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해서 방을 꾸미고, 캐럴을 틀고,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만들어먹고, 친구와 전화도 자주 하고, 글도 많이 쓰고, 학기 중에 못했던 관심 있던 분야의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크리스마스 영화도 보고, 파자마를 구입하고, 언제 다시 놀러 나갈 수 있을지 모르니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어두자.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자. 이 계절과 상황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겨울을 즐길 방법 모두를 하자. 내 나이를 즐길 수 있는, 돌아봤을 때 그때라도 그걸 할 걸. 싶은 것들을 만들지 말자.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되고, 삶에 큰 제약을 가져다줄지, 그게 어느 한 사람, 한 단체, 극소수의, 뉴스 기사 한 줄 정도의 해프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직격타로 받을 줄 아무도 몰랐기에 하지 않았던, 평소와 똑같이 보냈던 일상들을 올해, 지금부터는 놓치지 말고 눈에, 마음에, 모두 제대로 세기고 소중히 여기자.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려 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이미 험난하면서 특별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순간순간을 더욱더 놓치지 말고 살아가자.
토요일 점저로 먹은 당근시나몬오트밀죽!요즘은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고, 맛도 좋은 오트 밀식에 빠져있다. 살도 잘 빠지고 있고, 이 메뉴는 진짜 호두가 많이 들어가고, 크림치즈도 들어가 있어서 몸에 좋은 지방이 많다 보니, 포만감도 큰데 시나몬 향 덕에 당근케이크가 생각나는 맛이다. 내 주변엔 당케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슬프다. 먹는 취향이 다른 것만큼 거리감 느껴지는 게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요즘.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다. 즉각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게 그거 말곤 별로 없어서인가!?
밖에 나가진 못하더라도, 그만큼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찾아보고, 나한테 온전히 더 집중해보고, 돌아보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을 제대로 느껴볼 작정이다. 갑작스럽게 휘갈겨쓰는 이 글처럼. 마음 가는 대로.
어릴 적 베란다에 처박아 뒀던 트리를 꺼내서 장식을 하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만 보고도 행복해서 까르르 웃곤 했던 그 순수한 마음을 더듬어보면서,
최근에 느낀 어른이 된다는 건, 표정을 지우는 과정 같다. 일률적인, 몰개성적인 보편화된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치 기계처럼, 로봇처럼 감정을 숨기고 표정을 없애며, 자기 자신도 속이면서 살아가는 것.
작은 일에도 웃던 얼굴이 점점 무표정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씁쓸해하는 것, 지나간 사진들을 꺼내보고 언제 이렇게 크게 소리 내서 활짝 웃어봤지? 하고 추억하는 것.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 다시 더 솔직해지자 마음먹었다.
이렇게 어른의 정의를 내릴 순 없지. 나의 60살의, 100살의 크리스마스는, 깔깔 대며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멋진 할머니가 되어 있길 바라니까.
이상하지만 멋진 할머니.
그래서 오늘을, 지금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갈 거야. 다신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이 계절의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말야! 코시국이 아니었음 못보냈을 시간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