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개강박두! 4학년이라니!

취준생이라니...!?

by 하원

개강이 밝았다. 아침에 해가 뜨고 지듯 당연한 수순이지만 개강 시즌만 되면 알레르기에 걸린 듯 온 몸에서 개강이 싫다는 반응이 올라온다.


올해는 특히 더 개강이 싫었다. 두려워했던 졸업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 겪었던 개학과 개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단언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갑자기 또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어질 지, 그래서 대학원생이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서는 일단 개강과 개학이라는 단어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물론 내 인생에서 한 번의 개강이 남아있긴 하다.

그런데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시원섭섭한 감정이 몰려 왔다.


아, 내 인생에 이제 3월 개강은 없구나! 다음 봄에는 취업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직장에 다니지 않고 돈을 벌고 있음 좋겠다! 헉, 그럼 이제 내년부터는 4월이 되어도, 벚꽃놀이 갈 시즌이 되어도 시험기간이 아니네?! 세상에?!!!!!!

뭐랄까, 마치 인생이 또다른 새로운 국면에 놓여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명중이다. 벚꽃이 피면 뭐하나 나는 시험 공부하고 과제 하느라 밤을 몇날며칠을 새고 있는데!!!! 벚꽃이 질 때쯤에서야 과제와 시험 지옥에서 해방되서 쾌재를 부르다 신세 한탄하던 학생 시절. 아직 학생인데도 그리워지는 이 기분은 뭘까. 벌써부터 취업 압박에 시달려서 일까.


그저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내었던 지난 날들, 벌써 어느덧 내 나이 24살이 되었다. 어제 전필 과목 출석부를 보다가 학번을 보고 경악했다. 16학번 선배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후배였다. 절반 이상이 20학번이었다.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과목은 듣지 않지만, 올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21학번이 또 있다는 사실이었다. 17학번이었던 1학년 때, 내가 보는 14,13학번 선배들은 진짜 머나먼 우주에서 온 화석같은 존재로, 정말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아, 이젠 내가 그런 암모나이트가 되어버렸다니. 선배라고 불려 본 적도 없이 암모나이트가 되다니. 충격의 도가니탕이 아닐 수 없었다.

허, 참, 이게 뭐람. 선후배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동기들한테도 환멸을 느끼게 되면서 2학년 때에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선배로 있어보질 못했다. 그리고 휴학을 겪고 복학을 한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1년을 사이버 대학생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그냥 대학생이라는 정체성만을 갖고 살았다. 그 정체성 그대로 4학년이 되었다. 그래서 내 마음과 정신 상태, 신분에 대한 자각은 1학년 그 때의 그 상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충격이 컸다. 학교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어딘가에 마치 벽과 같은 존재처럼 있어야겠다 싶어서.



또 당황스러웠던 것은 작년에는 거의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한 녹강(녹화강의)으로 강의가 진행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학교에서 사이버 캠퍼스를 재편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시켜서 사이버 캠퍼스에 모든 강의를 업로드하고, 출결과 과제를 관리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작년에 진작 이렇게 하지....!!!!)


그래서 실시간 강의가 많이 늘었다. 때문에 이 시스템에 다시 또 새롭게 적응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실시간 수업이 정말 싫다. 이건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켜고 오디오를 켜고 말할 때, 화면 상으로 나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거다. 집에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소리가 다 들어갈까봐 신경이 쓰이고, 또 누가 나를 주목하고 있을 지 몰라서 하다 못해 머리가 가려울 때 머리를 긁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여러 명의 cctv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교수님께서 언제 1:1로 질문을 하실 지 몰라서 그것도 염려스럽다. 그래서 실시간 강의 동안은 계속 긴장 상태로 있게 된다. 강의실에서 수업할 때는 조용히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지만, 실시간 강의 때는 자리를 비워선 안된다. 이런 점들 때문에 다시 등교하는 게 갑자기 그리워졌다. (하지만 지옥철을 떠올리니 그래도 지금이 낫다 싶다.)


KakaoTalk_Photo_2021-03-05-16-31-59.jpeg 그래도 먹고 산다.

상황적으로 많은 것이 변하는 기분이 들어서 혼란스럽고, 조금은 벅차기도 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또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걸 아니까. 또 오늘을 살아 낸다. 살아내는 자가, 버티는 자가, 포기하지 않는 자가 결국엔 이기는 거란 걸 알기 때문에. 또 그 사실을 증명해내는 존재이고 싶어서. 오늘을 산다. 불안하고 한 치 앞도 모르겠을 땐, 오늘에 더 집중한다. 이런 하루 살이 인생도 이렇게 혼란스러운 때에는 때론 더 효율적이고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란 고민이 든다면,

그냥 일단 오늘에 집중해서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좋다. 오늘을 버텨낸다면, 내일도 모레도 충분히 무언갈 해낼 수 있다.

고민을 이렇게 바꿔 보자.


오늘을 어떻게든 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답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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