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일기 단 한 편으로 단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다!
글을 세 편 발행하고 나니,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나 잘 쓰고 있는 건가? 이 방향대로 가는 게 맞나? 재미있는 글인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를 꿈꾸면서 온 대학에서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정립해야 했다. 그래서 2번째 사춘기를 겪으면서 방황의 한 부분으로 전공과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탐색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덕질하다가 보니 식단일기를 쓰는 것이 다이어트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다이어트 식단 기록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그러다 사진 중심의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지금과 같이 글 중심으로 식단을 기록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글 중심의 플랫폼을 찾아보게 됐다. 블로그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시도했다가 그만둔 전적이 있어서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작도 전에 실패한 경험을 안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떠오른 플랫폼이 브런치였다. 브런치 초기에 그냥 끄적이는 용도로 한두 번 사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쓰는 것처럼 가볍게 매일매일 브런치에 써보자란 마음으로 쓴 한 편의 글이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주다니! 정말 인생이란 흥미진진하고 때론 어리둥절하다.
기록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록하는 습관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단순히 오늘 뭘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시간의 나 보다 내일 이 시간의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식사일기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대체 '나란 인간은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채워 넣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고 시작한 게 다이어트였다. 매 끼니 정성스럽게 나만을 위한 식사를 차려서 먹기 시작했고, 처음엔 그저 사진을 찍어서 기록했다. 그러다가 먹은 양을 기록했고, 그 후에는 하루 세 끼를 먹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까지 모두 기록했다. 이렇게 단순히 매일 저녁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내 취향과 감정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나를 관찰하고 성찰하고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그 덕에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쓰던 지난날의 나로부터 탈피해서 아무도 나를 아껴주지 않아도 나만은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삶을 산다.
테이블에 아침 밥상을 차리려는데 눈에 밤이 보였고, 어제저녁에 배가 불러서 참고 못 먹은 생각을 하고 한 알을 먹었다. 닭발과 계란찜을 먹을 거니까 나중에 배가 고프면 먹자 생각하고 내려놨다가 이걸 먹는 순간부터 저작운동이 시작되는 거고 그러면 뇌는 그때부터 식사가 시작된다고 인지하고 배부름을 일찍 느끼게 해 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집어 들고 먹었다. 그 전엔 엄마께서 수업을 들으실 때, 드시라고 냉동실에 있던 식빵 한 조각과 아몬드, 김치냉장고에 있던 호두, 브라질너트, 사차인치를 식탁에 있던 귤 3개가 담긴 그릇에 함께 담아서 안방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아몬드를 보니 먹고 싶어 져서 아몬드 한 알을 밤을 먹기 전에 먹었다. 패턴을 보아하니, 전 날 참았던 음식을 다음날 보면 먹는 패턴으로 이어지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자기 전에 미리 치워두고 자야겠다.
아침에 5시 50분부터 깨서 자려고 애쓰다가 잠들지 못하고 핸드폰을 잠깐 들여다보고, 6시 50분쯤 일어나서 환기를 시키고 점심에 준비하려고 했던 닭발을 꺼냈다. 엄마가 닭발의 지저분한 것들을 깨끗이 씻어주셔서 그동안 어제 불려놨던 쌀을 꺼내서 밥을 안쳤다.
그동안 거실에서 웨이브 베개를 발로 밟아 마사지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밥 불을 끄고 물을 끓여서 닭발을 데쳐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다시 세네 번 헹궈서 물을 버려서 양념을 할 준비를 해두고 공복 운동으로 snpe 아침 루틴을 하고 미서원 복근 운동을 해주었다.
운동이 끝나고 나서 닭발을 다른 냄비로 옮겨서 닭발이 잠기도록 물을 반쯤 붓고 고추장과 간장, 알룰로스 올리고당, 매실액, 다진 마늘, 생강가루, 양파가루, 고춧가루, 간장을 넣고 졸였다. 맛이 나지 않아서 엄마가 중간에 양념을 추가적으로 더 넣어주셨다. 생강이 많이 들어가서 쓴 맛이 난다고 하셨는데 양념이 다 되고 나서는 그냥 맛있었다. 매콤 달콤 쫄깃! 짜지도 않고 딱 좋은 국물 있는 닭발 맛이었다!
닭발엔 무조건 계란찜이지! 란 생각으로 닭발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계란찜을 준비했다. 파와 양파, 대파, 새우젓, 우유를 넣고 랩을 씌워서 전자레인지에 5분 30초를 돌리고 숟가락으로 한 번 뒤적거려준 뒤 다시 2분 정도를 돌렸다. 채소를 챙기기 위한 노력은 매 끼니 계속한다. 김밥 김을 먹을까 하다가 조미김을 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돌김이 간이 없어서 담백한 베이스 역할을 해줘서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슬라이스 치즈를 먹을지, 모차렐라 치즈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모차렐라 치즈를 선택했다. 이왕이면 맛있게 먹는 게 건강에도 좋지! 치즈 무게를 잰 거는 진짜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안 그랬음 얼마큼 먹는지도 모르게 막 먹었을 것이다.
매콤 달콤한 국물 닭발에 우유가 들어가서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달하면서도 당근과 양파, 대파의 향이 어우러지면서 씹는 맛도 있는 계란찜, 짭짤하고 쭉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 바삭하고 감칠맛 있는 조미김, 톡톡 터지는 잡곡밥. 말해 뭐해 입만 아프지. 말모 조합. 다들 한 번 씩은 먹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안 먹어봤다면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먹어보길 추천한다.
계란찜 덕분인지 배가 두둑하게 먹었다. 닭발을 한 세 개 정도 덜 먹었음 딱 좋았을 듯싶다.
오늘 엄마는 수업이 있으셔서 일찍 드셨고, 그래서 혼자 빅뱅이론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갈수록 쉘던이 더 좋아진다.
점심에는 어제저녁에 아침 식사로 준비했던 샐러드를 먹겠다는 생각이 그냥 스쳐 지나가고 아침 밥상을 고대로 옮겨왔다. 다만 밥을 100g으로 줄이고 피자치즈는 먹지 않았다. 밥을 일부러 줄인 건 아니고, 소분하는데 양이 애매하게 부족했다. 그래서 덜 먹었는데 그러길 잘했다 싶다. 다만, 다음에 또 먹는다면 달걀을 2개만 하고 우유 대신 무가당 두유를 넣어서 더 고소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배가 부른 걸 생각하니, 닭발의 개수를 세가면서 먹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얼마나 먹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계속 먹어서 배가 부르다.
집에 손님이 오신다고 엄마께서 마중 나가셔서 글을 쓰다 말고 밥을 차려서 먹는데 손님이 오셨다. 밥을 드시고 오시는 줄 알았다가 집에 오셔서 닭발을 입에 물고 인사를 하니 당황스러웠다. 약간의 창피함과 쑥스러움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어쨌거나 밥은 먹어야 했기 때문에 계속 먹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엄마와 엄마의 손님께서 같이 만나서 사 오신 만두를 한 식탁에서 함께 드신다고 해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렇게 한 식탁에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나한테 만두를 세 번 정도 권하셨다. 만두가 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그건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무 닭가슴살 만두이다. 더 담백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덤벅인 만두는 먹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밥을 먹고 있었고, 내겐 닭발과 계란찜이 있었기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거절했다.
무가당 수제 요구르트 163ml, 코코넛 슬라이스 9g, 햄프 시드 5g, 카카오 닙스 5g, 뮤즐리 16g, 단감 반 개, 브라질너트 2개, 사차인치 5-6개, 아몬드 4-5개, 호두 1개, 핀 크리스프(통곡물/통밀 과자) 1개
1.단감을 베이킹소다로 씻어서 껍질 째 한 입 크기로 잘라 그릇에 놓는다. 이때, 중앙에 있는 흰색 줄기는 제거해야 변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2.무가당 수제 요구르트(없으면 요구르트)를 그릇에 담고
3.나머지 토핑을 취향껏 얹어주면 완성!
+ 꿀팁!
취향에 따라 토핑이나 과일은 변경해서 먹어도 좋다. 요구르트는 그릭 요구르트로 변경해서 먹으면 크림치즈처럼 꾸덕한 질감으로 즐길 수 있다. 무가당 수제 요구르트의 유청을 걸러 그릭 요구르트로 만들 수도 있다.
진짜 배가 꺼지질 않아서 땅콩과 밤, 사과, 귤, 다른 견과류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아침에 엄마 드시라고 꺼내놨는데 호두만 드시고 남겨놓으신 딱 그만큼의 견과류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호두가 없어서 호두만 1개 먹었다. 2개 먹을까 하다가 배부르니까 한 개만 먹었다. 5,10,100,150,200 이렇게 5와 10 단위로 끝나는 걸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요구르트의 무게를 재다가 애초에 먹으려던 양보다 넘어가면 이렇게 단위를 맞춰서 먹으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양이 많아져서 과식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배가 부르니까 저절로 양 조절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 역시 뭐든 몸소 부딪혀 봐야 깨닫는다. 그런데 이 순간 또 깨닫는 게 있다면 오늘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운동 2시간 해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오늘 아침에 먹으려던 샐러드를 먹어줘서 몸을 좀 리프레싱 해줘야겠다. 더부룩하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좀 한가롭다! 오늘 아침부터 점심까진 오늘 새벽의 내가 부지런하게 살아줘서 닭발 실컷 먹으면서 호강하고, 어제의 부지런한 나 덕분에 오늘 저녁의 내가 호강하는구나. 고맙다 과거의 나! 오늘은 아빠가 저녁 약속이 잡히셔서 외식하시러 가시고, 엄마도 늦으시고, 오빠는 수업 가서 없어서 혼자 저녁을 먹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어김없이 빅뱅이론을 보면서 요구르트 볼을 먹었는데 갈수록 쉘던이 귀여워 보인다. 큰일이다. 처음엔 이 드라마가 재밌다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다. 특히 쉘던이 귀여워서 큰 일이다.... 특히 오늘은 보다가 진짜 재밌는 장면이 있어서 소리 내서 웃었다. 행복했던 저녁식사였다. 점점 갈수록 혼밥이 좋다. 독신으로 살아도 좋겠단 생각이 커지는 요즘이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만족스러웠다. 방금 엄마가 설거지 안 했다고 잔소리하신 것만 빼면 완벽한 하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