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끼 먹는데 변덕스러우면 좀 어때?
"어제도 다짐했지 내일은 레시피대로 정해진 양만 먹겠다고. 그런데 감을 하나 더 먹어버렸어. 점심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침 먹고 나서 정한 메뉴가 있었는데 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그게 먹기 싫어지는 거야? 그래서 다른 걸 먹을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어. 그런데 참 웃기지? 입을 헹구면서 다시 그걸 먹겠다고 결론을 내린 거야.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나도 참, 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뭘 먹을까?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뭘 먹어야 더 맛있을까, 더 만족스러울까 언제 준비해서 언제 먹어야 더 좋을까'
다른 걸 하면서도 반복되는 고민.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존재할까?',
여기서 갑자기 다시 드는 의문은 우리는 과연 이렇게 '남는 시간에만' 뭘 먹어야 할까? 오늘 메뉴는 무엇일까? 이거 맛있겠다 저거 맛있겠다. 이거 먹고 싶다는 고민을 할까?
뭘 먹을 것인가?
1. 오이 50g, 사과 30g, 빨강, 노랑 파프리카 15g씩을 한 입 크기로 잘라서
2. 메추리알 7개 (유통기한이 다 됐길래 한 번에 한 팩 반을 모두 삶아서 껍질을 까서 넣어두었었다. 그래서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겠어서 아침메뉴도 이걸로 결정했다. )가 있는 그릇에 넣는다.
3. 견과류(호두 1개, 사차인치 3개, 아몬드 4개, 브라질너트 1개) 10g을 굵게 다져 2. 에 넣는다.
4. 어린잎채소 10g(샐러드로 먹으려고 씻었는데 먹으려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은 다른 용기에 넣어둔다.
5. 슈퍼에서 우유를 사 와서 요구르트 메이커에 우유와 요구르트 스타터를 넣고 저은 다음, 뚜껑을 닫고 끓인 물을 부어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도록 놔둔다.
내가 특정한 음식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치솟는 경우는 대개 눈에 띄었을 때이다. 어떤 메뉴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고 싶었다로 끝나는데, 눈에 띄면 그때부터 갑자기 자꾸 눈길이 가고 그것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면서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럴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 음식을 옮겨 시선이 닿지 않아서 잊어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애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미처 그런 생각에 이르기 전에 테이블 위에 있던 단감과 대추를 보았고, 먹어야겠다고 이런 모든 일련의 단계를 뛰어넘어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후회는 안 한다. 단감이 정말 달고 맛있었고, 대추도 아삭아삭 맛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감 반 개를 담아놓은 저만큼만 먹었으면 포만감이 딱 적당했을 텐데 한 개를 다 먹었다는 거다. 대추도 이미 2개를 먹었었는데 1개를 더 먹은 게 아쉽다. 내일은 좀 더 클린 하게 먹어보자.
1. 참치캔 150g을 체에 쏟아 기름기를 빼준다. (기름이 안 빠져서 나중에 그냥 위생장갑을 끼고 기름을 꽉 짜줬다.)
2.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15g씩 얇게 채 썬다.
3. 소분해서 얼려 놓은 잡곡밥(렌틸콩, 검정찹쌀보리, 귀리, 흰쌀, 현미찹쌀) 130g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를 돌려서 해동한다.
4, 3에 소금 1꼬집, 검정깨, 참깨(통깨)를 취향껏 넣고, 참기름 반 큰 술을 넣고 잘 섞어주고, 절반씩 동그랗게 빚는다.
5. 청상추가 없어서 깻잎 7장을 씻어서 물기를 털어서 제거한다.
6. 계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계란 프라이를 1개 한다.
7. 김밥김의 거 친면이 위로 가게 해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놓고 밥 한 덩어리를 놓고 슬라이스 치즈 1개-계란 프라이-파프리카-참치-깻잎-나머지 밥 한 덩어리를 넣고 김으로 덮는다.
8. 매직랩(없으면 일반 랩이나 포일 등)을 깔고 위에 7을 놓고 감싼 뒤, 칼로 반을 잘라 접시에 플레이팅 하면 완성!
그릇에 담으면 설거지 거리가 늘어나니까 설거지를 늘리기 싫어서 볼 채로 놓고 먹었다.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었는데 먹어보니까 생각보다 굉장히 괜찮은 맛이었다. 맛있었다. 낫또와 오리고기가 만나서 어떤 맛을 낼까 궁금했는데, 낫또의 끈적거리는 콩과 실의 식감과 아삭거리고 알싸한 양파, 달고 거칠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는 배, 상큼 달콤한 블루베리, 고기의 씹는 맛과 바삭한 크래커가 조화를 이루는 게 꽤나 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혼자 먹어서 더욱 좋았다.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평화로운 혼밥이란! 혼밥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특권이다. 미란다를 정주행하고 나서 시트콤에 빠져서 빅뱅이론 시리즈에 입문해서 정주행 중이다. 밥 먹을 때면 무조건 빅뱅이론을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과를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한다. 과학이랑 수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이해 가는 농담이 많아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던 나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유머 코드와 사고가 이과 마인드로 변화하고 있다니, 신기하다.
좀 변덕스러우면 어떤가? 최선의 선택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결과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변덕스럽게 비치더라도 신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느끼는 고통도 결국엔 행복에 이르게 되는 과정 중 하나인 걸. 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데이터가 축적돼서 고민이 줄겠지! 오늘도 어제의 나보다 나에 대해 한 가지는 더 알았다. 다마고치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걸까? 우리는 각자 다마고치 하나쯤을 키우고 있는 거다. 내일 뭘 먹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나중에 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