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늘 뭐 먹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세 끼 먹는데 변덕스러우면 좀 어때?

by 하원


"어제도 다짐했지 내일은 레시피대로 정해진 양만 먹겠다고. 그런데 감을 하나 더 먹어버렸어. 점심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침 먹고 나서 정한 메뉴가 있었는데 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그게 먹기 싫어지는 거야? 그래서 다른 걸 먹을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어. 그런데 참 웃기지? 입을 헹구면서 다시 그걸 먹겠다고 결론을 내린 거야.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나도 참, 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


사고가 나거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20대 중반인 나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길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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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뭘 먹을까?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뭘 먹어야 더 맛있을까, 더 만족스러울까 언제 준비해서 언제 먹어야 더 좋을까'
다른 걸 하면서도 반복되는 고민.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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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후 11시 반부터 오전 7시 반까지 평균적으로 8시간을 잠을 자고, 아침 공복 운동으로 30분을, 저녁 운동으로 30분~1시간을, 식사를 1시간을, 식사 준비로 평균 30분 정도를 소비한다고 치면, 8+0.5+1+1x3+0.5x3=14시간, 아침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환기하고 청소하는 시간을 대략 30분 정도,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일 보고 세수하고 로션 바르는 시간과 샤워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서) 대략적으로 다섯 시간이라고 치자. 그럼 19시간, 약 5시간 정도가 남는다. 이 시간에는 과제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고 핸드폰을 하고, 왓챠 플레이나 e-book을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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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갑자기 다시 드는 의문은 우리는 과연 이렇게 '남는 시간에만' 뭘 먹어야 할까? 오늘 메뉴는 무엇일까? 이거 맛있겠다 저거 맛있겠다. 이거 먹고 싶다는 고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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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은 예상했겠지만 "N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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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내식당에는 뭐가 나올까?, 또는 어젯밤에 예능프로에서 나온 바삭바삭하게 튀긴 치킨이 생각나네. 먹고 싶다. 무슨 맛일까? 오늘 저녁에 가서 시켜먹자고 이야기할까?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빠 같은 직장인. 오늘 메뉴 좀 고민 안 하게 누가 딱 정해주었으면 좋겠다, 메뉴 선정이 제일 싫다고 생각하는 우리 엄마 같은 전업주부.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고, 하루 1끼 먹으면 많이 먹는 거고 육식 러버이고, 편식이 심해서 메뉴 선정에 신중한 입 짧은 엄마 아들. 건강과 다이어트, 매 끼니 정성껏 차려서 예쁘게 플레이팅하고 사진을 찍어두고 매일 저녁 식사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할 만큼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 데 진심인 나까지.

처한 상황과 가치관, 나이와 성별이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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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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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이런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우쭐해지고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서민으로서의 자격지심인 것 같다. 그렇지만, 기분이 자꾸만 좋아지고 스스로 위로가 된다. 세상 그 누구든지 제각각 놓인 상황과 처지가 모두 다르지만 당장 오늘 뭘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왠지 모를 위안을 가져다준다. 동시에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는데, 어떻게 벌어먹고살 것인지? 란 불안과 걱정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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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한 그릇 다이어트 레시피 베스트 100에 실린 #요구르트 샐러드와 통밀빵을 먹었다. 다음은 아침이면 배가 고파서 마음이 급해져 예민이 치솟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어제저녁에 미리 해두었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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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이 50g, 사과 30g, 빨강, 노랑 파프리카 15g씩을 한 입 크기로 잘라서

2. 메추리알 7개 (유통기한이 다 됐길래 한 번에 한 팩 반을 모두 삶아서 껍질을 까서 넣어두었었다. 그래서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겠어서 아침메뉴도 이걸로 결정했다. )가 있는 그릇에 넣는다.

3. 견과류(호두 1개, 사차인치 3개, 아몬드 4개, 브라질너트 1개) 10g을 굵게 다져 2. 에 넣는다.

4. 어린잎채소 10g(샐러드로 먹으려고 씻었는데 먹으려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은 다른 용기에 넣어둔다.

5. 슈퍼에서 우유를 사 와서 요구르트 메이커에 우유와 요구르트 스타터를 넣고 저은 다음, 뚜껑을 닫고 끓인 물을 부어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도록 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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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아침, 좀 더 단단한 질감이 되었음 해서 요구르트 메이커에서 요구르트통만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일어나서 어제 다짐했던 공복 운동으로 snpe 아침운동 루틴과 미서원 복근 11분 영상을 해주었다. 물론 일어나면서 웨이브 베개도 밟아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침 식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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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장고에서 요구르트와 미리 준비해둔 샐러드 재료가 담긴 락앤락, 어린잎채소를 꺼낸다.

2.

요구르트 80ml와 알룰로스 반 큰 술(무가당 수제 요구르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알룰로스를 추가해서 단맛을 가미해줬다.)을 샐러드 재료와 함께 섞는다.

3.

어린잎채소를 2에 곁들인다.

4.

눈 앞에 단감이 보여서 어제저녁부터 먹고 싶었는데 참았으니까 먹겠다고 생각하면서 단감을 베이킹소다로 깨끗이 씻어 껍질 째 한입 크기로 썰어서 대추 3알과 함께 그릇에 담는다.

5.

잊어버렸던 통밀빵을 냉동실에서 꺼내 달군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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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정한 음식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치솟는 경우는 대개 눈에 띄었을 때이다. 어떤 메뉴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고 싶었다로 끝나는데, 눈에 띄면 그때부터 갑자기 자꾸 눈길이 가고 그것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면서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럴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 음식을 옮겨 시선이 닿지 않아서 잊어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애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미처 그런 생각에 이르기 전에 테이블 위에 있던 단감과 대추를 보았고, 먹어야겠다고 이런 모든 일련의 단계를 뛰어넘어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후회는 안 한다. 단감이 정말 달고 맛있었고, 대추도 아삭아삭 맛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감 반 개를 담아놓은 저만큼만 먹었으면 포만감이 딱 적당했을 텐데 한 개를 다 먹었다는 거다. 대추도 이미 2개를 먹었었는데 1개를 더 먹은 게 아쉽다. 내일은 좀 더 클린 하게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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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계속 고민하다가 레시피북에 실린 식단을 참고해서 참치오니기라즈를 먹기로 결정하고, 갑자기 안 당긴다면서 다른 메뉴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먹기로 결론을 땅땅 내리고선 엄마가 꺼내놓으신 고구마를 보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시 유혹에 흔들리다가 결국 처음에 생각했던 참치오니기라즈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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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한그릇다이어트레시피베스트100에 실린 #참치오니기라즈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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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치캔 150g을 체에 쏟아 기름기를 빼준다. (기름이 안 빠져서 나중에 그냥 위생장갑을 끼고 기름을 꽉 짜줬다.)

2.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15g씩 얇게 채 썬다.

3. 소분해서 얼려 놓은 잡곡밥(렌틸콩, 검정찹쌀보리, 귀리, 흰쌀, 현미찹쌀) 130g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를 돌려서 해동한다.

4, 3에 소금 1꼬집, 검정깨, 참깨(통깨)를 취향껏 넣고, 참기름 반 큰 술을 넣고 잘 섞어주고, 절반씩 동그랗게 빚는다.

5. 청상추가 없어서 깻잎 7장을 씻어서 물기를 털어서 제거한다.

6. 계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계란 프라이를 1개 한다.

7. 김밥김의 거 친면이 위로 가게 해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놓고 밥 한 덩어리를 놓고 슬라이스 치즈 1개-계란 프라이-파프리카-참치-깻잎-나머지 밥 한 덩어리를 넣고 김으로 덮는다.

8. 매직랩(없으면 일반 랩이나 포일 등)을 깔고 위에 7을 놓고 감싼 뒤, 칼로 반을 잘라 접시에 플레이팅 하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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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안 먹었음 후회했겠다 싶은 맛이었다. 참치에 간이 되어있고, 밥에도 약간의 소금 간을 더해줘서 다른 소스가 필요 없었다. 참치와 깻잎의 궁합은 전국의 김밥 집에서 참치김밥을 한 번이라도 사 먹어본 사람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실, 모양이 주먹밥 모양인 것 빼고는 맛은 일반적인 참치김밥 맛을 생각하면 된다. 거기서 마요네즈가 빠져서 좀 더 담백하고 참기름 향이 더 잘 느껴져서 고소한 맛! 파프리카가 단맛과 감칠맛,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주고, 깻잎의 꺼슬한 식감과 특유의 향, 약간 질게 된 밥과 반숙으로 익힌 계란 프라이, 살짝 녹은 슬라이스 치즈, 그걸 살포시 덮고 있는 김의 조합이 아주 그냥 맛의 홈런을 날려버린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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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어제 낮에 저녁에 먹으려고 꺼내 뒀던 낫토를 오늘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맛있고 건강한 고단백 저탄수화물 레시피에 실린 #오리배 낫토 샐러드를 먹으려고 배를 사 와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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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훈제 오리 100g을 끓는 물에 데쳐 한 입 크기로 썬다.

2.

베이킹 소다로 씻은 배 100g (과육보다 껍질에 항산화 성분이 모여 있으니 껍질 째 먹기.), 양파 30g을 채 썬다.

3.

큰 볼에 1,2. 와 냉동 블루베리 30g, 낫토 팩에 동봉된 간장을 넣어 섞은 다음 후춧가루를 뿌린다.

4.

통밀 크래커 4개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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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으면 설거지 거리가 늘어나니까 설거지를 늘리기 싫어서 볼 채로 놓고 먹었다.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었는데 먹어보니까 생각보다 굉장히 괜찮은 맛이었다. 맛있었다. 낫또와 오리고기가 만나서 어떤 맛을 낼까 궁금했는데, 낫또의 끈적거리는 콩과 실의 식감과 아삭거리고 알싸한 양파, 달고 거칠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는 배, 상큼 달콤한 블루베리, 고기의 씹는 맛과 바삭한 크래커가 조화를 이루는 게 꽤나 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혼자 먹어서 더욱 좋았다.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평화로운 혼밥이란! 혼밥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특권이다. 미란다를 정주행하고 나서 시트콤에 빠져서 빅뱅이론 시리즈에 입문해서 정주행 중이다. 밥 먹을 때면 무조건 빅뱅이론을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과를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한다. 과학이랑 수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이해 가는 농담이 많아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던 나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유머 코드와 사고가 이과 마인드로 변화하고 있다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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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변덕스러우면 어떤가? 최선의 선택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결과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변덕스럽게 비치더라도 신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느끼는 고통도 결국엔 행복에 이르게 되는 과정 중 하나인 걸. 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데이터가 축적돼서 고민이 줄겠지! 오늘도 어제의 나보다 나에 대해 한 가지는 더 알았다. 다마고치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걸까? 우리는 각자 다마고치 하나쯤을 키우고 있는 거다. 내일 뭘 먹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나중에 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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