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폐기구역으로 돌아온 일행은 깊은 피로에 잠겨 있었다.
광장에서의 첫 충돌은 여전히 생생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드론들이 흔들리고, 시민들의 시선이 뒤엉키던 그 긴박한 순간은 작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OZ의 본격적인 추적을 촉발한 사건이기도 했다.
드론 무리의 윙윙거림과 사이렌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귀에 맴돌았고,
금속성 진동이 바닥을 타고 퍼지며 발끝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붉은 경고등이 벽을 스치듯 번쩍일 때마다, 마치 온몸이 다시 그 현장으로 돼 던져지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모두가 침묵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같은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리츠는 은신처 한쪽, 낡은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은빛 잔광은 이전보다 훨씬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공명 이후, 그녀의 신체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휘청거렸다.
엘라는 그녀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리츠? 몸이 더 흔들리는 것 같아.”
리츠는 짧게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안에… 뭔가 남아 있어. 마치 낯선 진동이 내 신경을 따라 흐르듯이.
잡음 같기도 하고, 신호 같기도 한데… 설명하기가 힘들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강한 빛을 발했다.
은신처 벽면에 파형이 투사되듯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불규칙한 노이즈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단어.
“네스트… 네스트… 네스트…”
숨죽인 긴장 속에서 하린이 다급히 물었다.
“네스트? 금지구역의 그 네스트 말하는 거야?”
제로는 팔짱을 끼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OZ가 왜 그토록 숨기려 드는지 이유가 있을 거야.
거기에 우리가 찾는 진실이 숨어 있어.”
홀로그램은 여전히 흔들리며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푸른빛과 붉은 노이즈가 교차하며 벽에 어지럽게 퍼졌고, 간헐적으로 금지구역의 지도 조각이 드러났다.
돔 형태의 거대한 구조물. 그 안에서 심장처럼 맥동하는 빛의 파형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류는 숨을 삼켰다.
“저건… 감정의 원형 데이터일지도 몰라. 감정이 태어나기 이전, 순수한 상태로 저장된 정서의 원천.
OZ가 시민들의 감정을 억제하고 조작하는 근원이 저 안에 있어.”
엘라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이유는 명확해. 네스트를 찾아내야 해.”
하린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하지만 만약 그 힘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거라면?
풀어버리는 순간, 도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잖아.”
은신처 안에 침묵이 흘렀다. 제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맞아, 위험할 수 있지. 하지만 OZ가 그 힘을 독점하는 게 더 끔찍해.
그들의 억제 기술은 시민들을 영원히 족쇄에 묶어둘 거야.”
리츠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움켜쥐며 힘겹게 덧붙였다.
“내 로그 속에… 아직 잠겨 있는 데이터가 더 있어.
내 시스템에 기록된 감정 공명과 기억의 파편들, 일종의 정서적 기록이야.
하지만 그걸 열면 OZ의 추적 신호도 함께 드러날 거야.
우릴 직접 끌어내리려 할 수도 있어.”
류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미 우린 추적당하고 있어. 더 늦으면 숨을 곳조차 사라질 거야.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어.”
엘라는 동료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하린의 눈 속에는 불안이, 류의 표정에는 분노가, 제로의 시선에는 결심이, 그리고 리츠의 떨림 속에는 감춰진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이 엘라의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며 하나의 확신으로 응고되었다.
“네스트가 열쇠야. 우리가 왜 낙인찍혔는지, 감정이 왜 억압됐는지, 그 모든 답이 그곳에 있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강렬했다.
말이 끝나자 은신처의 공기가 잠시 떨리듯 울렸고, 그녀의 말은 파동처럼 벽을 타고 퍼져나갔다.
하린은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두렵지만… 이제 물러설 수는 없어.”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눈빛만큼은 확고했다.
제로는 장비를 점검하며 말했다.
“네스트로 향하는 지도는 아직 완전하지 않아. 리츠의 로그를 더 해석해야 해.
하지만 지금 이 단서만으로도 충분히 출발할 수 있어.”
리츠는 힘겹게 고개를 들며 속삭였다.
“다음 공명에서… 더 많은 걸 열어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어. 모두의 감정이 함께해야 해.”
엘라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감싸며 답했다.
“우린 함께할 거야. 감정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우리를 이어주는 힘이라는 걸 보여주자.”
그 순간, 은신처의 불빛이 바람에 스친 물결처럼 떨리며 벽을 타고 퍼졌다.
바깥에선 드론의 금속 날개 소리가 칼날처럼 밤공기를 갈라냈고, 도시 위로 불안한 진동이 번졌다.
지하의 공기는 정적 속에서 서서히 팽창하는 심장처럼 뜨거워졌고, 공기의 밀도마저 달라지는 듯했다.
두려움과 희망, 고통과 결의는 온몸을 타고 흐르며 하나의 방향으로 응집되고 있었다.
홀로그램 속 잡음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그 반복되는 한 단어는 더욱 선명하게 모두의 심장에 새겨졌다.
“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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