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2
제6장. H-12의 귀환

by 전춘미

은신처의 공기는 질식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천장에 매달린 희미한 조명이 깜빡였고, 사람들의 숨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릴 만큼 고요했다.


리츠의 눈동자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훑었고, 제로의 손은 무의식 중에 허리춤의 장비를 더듬었다.

리츠의 로그에서 드러난 네스트의 단서는 불씨처럼 모두의 마음에 남았지만,

그 불씨는 동시에 불안을 타오르게 했다.

말 한마디 없이 고요함만이 무겁게 내려앉은 가운데, 금속이 긁히는 마찰음이 은신처 입구에서 들려왔다.


모두가 일제히 긴장했다.

제로는 그림자 속으로 몸을 낮추며 주위를 살폈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

무표정한 얼굴엔 주사 자국과 금속 이음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몸에서는 약품과 냉각유 냄새가 스며 나왔다. 그의 발소리는 금속이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 묻혔다.


하린의 눈이 커졌다. 입술이 떨리며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 오빠?”


남자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 향했다.

순간, 은신처 전체가 얼어붙은 듯 정적에 잠겼다.


류가 놀라 하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린, 저 사람이 누구지?”


하린의 목소리는 떨림으로 갈라졌다.

“그는… H-12. 내 오빠야. OZ의 실험체 12번.”


남자는 조용히 은신처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걸음걸이는 인간처럼 보였지만, 그 사이사이에 기계의 리듬이 섞여 있었다.

다가올수록 그의 몸에서 퍼지는 미세한 전류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하린.” 낮고 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은신처 벽에 퍼져나갔다.

“네가 이런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하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왜 이런 모습이 된 거야?”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OZ가 설계한 존재다. 기억을 지우고 감정을 억제당한 실험체. H-12,

그 이름이 나의 전부다.”


리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너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그는 눈을 마주한 채 단호하게 말했다.

“감정은 혼란의 씨앗이다. OZ는 그걸 제거해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러 번의 실험이 있었지.

한 실험에서는 극단적 슬픔을 경험한 피실험자가 자가회로를 파괴하며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켰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분노로 인해 정보 전송망이 왜곡되어 대규모 오류가 발생했다.

나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설계된, 그 증거로 만들어진 존재다.”


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래서 넌 그들의 도구가 된 거냐?”


H-12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하지만 선택은 없다. 감정은 내겐 공허일 뿐이다.”


하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고, 목소리는 떨리며 터져 나왔다.

“오빠… 기억해?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던 날들, 우리가 웃고 싸우던 그 시간들… 다 지워진 거야?”


H-12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굳어졌다.

“그건 불필요한 잔상이다. OZ가 말했지. 특정 주파수의 전기자극을 통해 해마의 연결 경로를 절단하고,

감정과 연관된 뉴런 시냅스를 순차적으로 비활성화하면 기억은 증발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 감정은, 그 흔적만으로도 다시 떠오르곤 해.

기억은 고통을 낳고, 감정은 파괴를 부른다.”


엘라가 조용히 나섰다.

“하지만 넌 여기에 와 있어. 네 발로. 그건 감정이 남아 있다는 증거야.”

그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미세한 움직임이 내면의 균열을 드러냈다.


제로가 앞으로 나섰다.

“넌 네스트에 대해 알고 있겠지. OZ의 심장부.”


H-12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말했다.

네스트는 OZ가 감정을 실험하고 조작한 비밀 요새다.

그곳은 도시의 심장처럼 박동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자를 삼킬 준비가 되어 있다.

나 같은 존재들이 태어난 곳이지.”


리츠가 숨을 삼키며 말했다.

“내 로그가 가리키던 것도 결국 그곳이었구나…”


하린은 눈물을 닦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왜 우릴 돕는 거야? OZ의 병기라면, 우리를 제거할 수도 있었잖아.”


H-12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말했다.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네가 내 동생이라는 사실뿐이다.

기억은 지워졌지만… 심장 어딘가엔 잔상이 남아 있었다.”


엘라가 천천히 말했다.

“넌 아직 인간이야. 감정은 억제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그 순간, 은신처 위에서 드론의 날개 소리가 윙윙거리며 울려 퍼졌다.

모두가 동시에 무기에 손을 뻗었다. 제로가 장비를 켜며 말했다.

“OZ가 네 흔적을 추적한 거야. 여긴 곧 위험해져.”


H-12는 출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너희는 바로 이동해야 해. 나는 남겠다.”


류가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정말 우리를 버리고 갈 거야?”


그는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너희가 노출된다.

OZ는 나를 미끼로 삼고 있어. 내가 떠나야만 너희가 살 수 있다.”


하린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함께 가.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해. 오빠는 그걸 할 수 있어.”


H-12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인간적인 온기가 스쳤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너희에게 남기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속죄다.”


드론의 그림자가 입구를 덮치기 시작했고, 은신처의 공기가 다시 짓눌렸다.

불빛이 일렁이며 동료들의 얼굴을 스쳐갔고, 모두의 시선이 H-12에게 집중되었다.

그가 앞으로 나섰다. 금속성 진동이 은신처 안을 가르며 퍼졌고, 공기 중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의 감정은 균열 속에서도 피어나는 빛이고, 너만의 진실이 흐르는 심장의 맥박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곧 드론의 섬광이 번쩍였고, 격렬한 충돌음이 은신처를 뒤흔들었다.

하린은 눈물을 머금고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엘라와 동료들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곁에 섰다.


그의 존재는 고통과 구원의 경계에서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은신처 안에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 수 있었다—그의 귀환이 단지 재회가 아님을.


그날 밤, 은신처의 공기는 무겁고 서늘했다.

바람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도, ‘네스트’라는 단어는 잔잔한 떨림처럼 가슴속 깊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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