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이제 더 이상 금기나 위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래되고, 나눠지며, 때로는 퍼포먼스처럼 연출되기까지 했다.
플레어 소녀의 불꽃 이후, 도시의 공기엔 감정이 피어올랐다.
광장의 사람들 사이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잔상이 전염처럼 번졌고,
누군가는 갑작스레 눈물을 흘렸으며 또 다른 이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자신에게 당황했다.
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는 형태로, 그러나 분명한 진동으로 도시를 흔들고 있었다.
공기 중에 퍼지는 희미한 떨림, 스크린을 타고 흐르는 정서의 파동,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잔향.
광장 한가운데, 감정 유통 플랫폼이라 불리는 간이 무대가 세워졌다.
사람들은 그 앞에 줄을 섰고, 한 명씩 단상 위로 올라가 기억 조각을 기계에 주입했다.
희로애락이 투명한 유체처럼 튜브를 타고 이동해 분석 기계로 흘러들어 갔다.
그 감정은 전자 신호로 변환되어 시각화되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순간엔 형형색색의 입자들로 변해 사람들의 주위를 감돌았다.
울음, 웃음, 분노, 그리움…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기이할 만큼 이질적인 리듬을 가졌다.
누군가는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른 채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는 이질적인 기쁨에 웃음을 터뜨렸다.
엘라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축제가 아니야. 착시야. 감정을 다시 찾은 게 아니라, 감정에 취한 거야.”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빨리, 너무 강하게 퍼졌어. 감정이 무기가 되기도 전에, 유희가 되어버렸어.”
드론은 감정을 감지하며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고,
OZ의 병사들은 시민들의 반응을 분석하며 주변을 감시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이 느끼고 싶은 감정을 검색해 선택했고,
누군가는 다른 이의 감정을 흡수하며 새로운 자신을 조합해 갔다.
감정은 상품이 되었고, 공기 중을 흘러 다니는 데이터로 환원되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 거였을까.” 리츠가 조용히 말했다.
“감정을 되찾았지만, 정작 진짜 우리가 사라진 느낌이야.” 엘라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야 너머로, 불꽃을 형상화한 예술 조형물이 광장을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꽃은 따뜻하지 않았다.
마치 조작된 감정의 상징처럼, 냉소적인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순간, 류가 무대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일었다.
엘라가 놀라 그를 바라봤다.
“류… 넌…”
“나도 느껴보고 싶었어. 내가 정말 인간인지, 감정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그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하지만 이건… 이상해. 가짜 같아. 겉모습은 감정인데, 안에는 공허함뿐이야.”
그의 말에 주변의 시민 몇 명이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잠시 기계를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혼란, 공감, 슬픔, 분노. 그 모든 감정이 얼굴 위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엘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단했다.
“감정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거야. 하지만 그것은 느끼는 것이지, 주입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서로의 감정을 함께 살아내는 것.
소비가 아니라 공명이야.”
그녀의 말이 끝나자, 류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고,
리츠는 눈을 감았다 뜨며 무언가를 되새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광장 한쪽에서 한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움켜쥐었고, 어떤 젊은이는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말로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감정은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순간, 광장의 스크린이 깜빡였고, 감정 플랫폼의 조명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감정 과부하 경보가 울렸다.
일부 기계가 정지했고, 감정을 송출하던 기기가 폭주하며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은 데이터가 아닌 진짜 열기였다.
사람들은 당황하며 물러났지만, 몇몇은 불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한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진짜 감정이야… 뜨거워.”
그 순간, 하늘 위에서 드론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의 감정 감지 센서가 빨간 경고등을 켰다.
무대 위로 병사들이 내려왔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한 무리의 시민이 남아 불꽃을 감싸 안았다.
엘라는 숨을 죽였다. 하린과 리츠, 류가 그녀 곁에 섰다.
그녀는 불꽃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이 불꽃은 사라지지 않아. 누군가에게는 위험이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야.
하지만 우린 알아.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민 중 한 명이 감정 송출 장치의 전선을 끊었다.
그 순간, 광장 전체의 조명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정적 속에서 울리는 감정의 리듬. 그것은 누가 만든 것도, 판매한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 스스로의 마음에서, 타인의 감정에 공명하며 일어난 진짜 떨림이었다.
누군가는 눈을 질끈 감았고, 누군가는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울컥한 무언가가 전해졌다.
그 순간, 광장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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