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2. 제15장 네스트의 문턱

거대한 심장 네스트의 문턱, 잊힌 감정의 유령과 마주하다

by 전춘미

불안의 수평선

황혼이 깊어갈 무렵, 바람은 낮게 울부짖으며 황무지를 스쳐 지나갔다.

메마른 흙냄새가 공기 속에 진하게 배어 있었고,

석양빛은 붉게 물든 하늘을 드리우며 모든 것을 불길하게 감쌌다.


그들은 황무지를 지나며 점차 거대한 그림자와 마주했다.

저 멀리 지평선 위에 솟아오른 구조물은 마치 하늘을 찌르는 검은 산맥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형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하였다.


금속과 유기물이 뒤엉켜 만들어진 거대한 둥지 구조물.

비틀린 철골, 검게 그을린 잔해.

신경망처럼 얽힌 붉은 선맥이 서로 엉켜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변한 듯한 위용을 뽐냈다.

표면은 끈적한 맥박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기계와 감정이 뒤섞인 이질적인 생명체처럼 숨 쉬고 있었다.



“저게… 네스트인가.”

류가 숨을 죽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외와 공포가 동시에 스며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두 눈은 구조물에서 떼지 못했다.


리츠가 장비를 꺼내 감정 파동을 스캔했다.

화면 위 그래프는 미친 듯이 요동쳤다. 붉고 푸른빛이 교차하며 튀어 올랐다.


“여기서 발생하는 감정 파동… 지금까지 본 어떤 기록보다 강력해.

감정 잔재가 층층이 쌓여… 집단적인 기억이 응고된 느낌이야. 그래프가 아니라, 거의 생명 신호에 가까워.

엘라는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둥지를 응시했다.

가슴속 작은 불꽃이 반응하듯 일렁이고 있었다.

엄마의 기억과 플레어 소녀의 빛이, 이곳과 이어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둥지의 외벽은 거대한 심장의 박동처럼 주기적으로 진동을 뿜어냈다.

틈새마다 붉은빛이 맥동하며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 빛은 마치 감정의 신호처럼 간헐적으로 터졌고, 그때마다 땅은 미세하게 떨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울림은 뼛속까지 파고들어,

심장이 외부의 박동에 맞추어 강제로 뛰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마치 우리 감정을 삼켜 만든 집 같아…” 하린이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지만, 동시에 이상한 끌림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팔을 끌어안으며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꼈고, 눈빛은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흔들렸다.


제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OZ의 감시망이 여기까지 뻗어 있겠지. 우리가 다가가는 걸 이미 알고 있어. 이건 함정일 수도 있어.”


주변의 언덕 위에는 드론의 잔해가 타다 남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금속 파편은 아직도 뜨거웠다.

장비는 미세한 전자기 간섭에 잦은 오류를 일으켰다.

하늘 위 구름은 어둠 속에서 붉게 반짝이며 불길한 기운을 암시했다.


사일러스가 낮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멈출 순 없어. 이 문턱을 넘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과 싸우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



[살아 있는 벽]

그들은 천천히 둥지의 입구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외벽은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세포처럼 표면은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손끝을 가까이 대자 뜨겁고 생생한 열기가 전해졌다.


리츠가 입술을 떨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합금이 아니야. 감정 데이터가 실체화된 물질… 감정의 패턴이 분자 구조로 응고돼 있어.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이 결합해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이건 건축이 아니라 감정의 화석화야.”


엘라는 벽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곳은 단순한 적의 요새가 아니야.

우리가 버리고, 잊어온 모든 감정이 모여 만들어진 무덤이자, 태어나려는 심장….’

그녀는 손을 벽에 댔다.

이 유기체는 살아 있었고, 느끼고 있었다.


하린은 눈을 감고 벽에 손을 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맥동은 인간적인 따뜻함과 동시에 냉혹한 생명성을 품고 있었다.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해. 감정이 우리를 삼킬 수도 있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진실도 얻을 수 없어.’


둥지의 입구는 거대한 원형 아치였고, 붉은빛이 흐르는 혈관 같은 선맥이 그 안쪽 깊숙이까지 뻗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귀를 찢는 듯한 저음이 울렸고, 발밑의 흙은 진동으로 들썩였다.

그 진동은 마치 도시 전체가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류가 낮게 말했다.


“우린 이미 길을 잃었고, 선택만 남았어.” 엘라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사일러스는 집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각성자들이여, 준비됐는가?”


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과 두려움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지만, 동시에 희미한 희망이 함께 비쳤다.


[ 열린 문 ]

그 순간, 둥지 내부에서 거대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붉은빛이 폭발하듯 번쩍이며 뜨거운 열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고, 금속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도시 전체가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외벽이 일렁이며 거대한 문이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내부는 어둠과 붉은빛이 교차했고, 그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감정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유령 같은 존재들이었다.

얼굴 없는 그 존재들은 몸을 떨며 울부짖는 듯했고, 침묵 속에서도 강렬한 감정을 던지고 있었다.


엘라는 숨을 고르며 한 발 내디뎠다.

“이제 진짜 문턱을 넘는 거야.”


그녀의 뒤로, 동료들이 차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인류가 감추고 잊어온 모든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심장 같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심장의 중심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 없음-1 - 26-01-2026 14-33-19.png 유기체처럼 맥동하는 네스트의 입구 앞에 선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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