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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 May 08. 2023

멕시코인들은 친절하다.




내일 아침 일찍 코스타리카를 가기 위해 지금은 다시 칸쿤 월마트에 왔다. 마지막 지폐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남은 200페소짜리 지폐를 100페소 2개로 바꿔달라고 계산하시는 분에게 말씀드렸더니, 고객센터로 가보라고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시는 분이 말했다.(멕시코 대형 마트에는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는 분이 있었다. 노년인 경우도 많았다. 나름의 일자리 분배정책 같았다) 그래서 고객센터에서 기다리다 바꿔달라고 말했다. 마침 돈이 없었는지 어찌할지 잠깐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옆에서 손이 쑥 들어왔다. 100짜리 지폐 두장과 함께. 



옆에서 고객센터에 들리셨던 다른 멕시코 분이었다. 별말도 하지 않고 손만 들어왔는데 l과 나는 솔직히 감동을 받았다. 얼굴도 딱히 쳐다보지 않고 말도 걸지 않으셨다. 그냥 필요해 보이니 바꿔주는 것이었다. 잔펀치에 쓰러진다고 해야 하나. 멕시코에서 이런 종류의 작은 친절들을 너무 많이 받았다. 처음 칸쿤 공항에 내렸을 때 ado 버스 티켓을 들고 움직이자 호객하던 택시 기사분들은 그 티켓만 보면 호객을 하다 저쪽 방향으로 가라고 모두들 알려주었다. 낯선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런 도움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바야돌리드에서도 칸쿤에서도 택시를 탈 때면 정차해 있는 택시는 좀 비쌌다. 그 택시가 45페소 정도를 불러올 때는 30으로 왔다고 말하면 그것은 건너서 달리는 택시를 타면 된다고 말해주거나, 그건 콜렉티보 가격이니 그걸 타라고 하며 탈 곳을 알려 주었다. 버스를 타면 웬만하면 최대한 근처에 내려주었다. 버스기사가 영어가 힘들면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나서 도와주었다. 


멕시코는 무엇보다 거래를 할 때의 상쾌함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부르는 법이 없고, 알고 있던 가격을 부르면 대부분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뒤끝이 너무 깔끔하고 밝아서 물어보는 사람조차 마음이 편했다. 이런 경험은 한국에서도 결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여기도 넓은 나라이기에 지역차가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차이도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성이(이 단어 참 싫어하는데) 너무 훌륭했다. 모두들 소탈하고 밝았다. 그리고 충분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교육시스템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교육받은 사람들 특유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친절하게 잘 도와주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동양인이 지나가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아이들 뿐이었다. 이건  쿠바에서 수시로 듣던 '치노'같은 말도 3주 동안 단 한번 들었을 뿐이었다. 어른들은 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녁 8시 월마트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멕시코 커피도 훌륭하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l과 나는 괜히 시간을 끌고 있었다. 바로 택시를 타도 되는데 정류소 마크도 없고 거스름도 염려스러운 버스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탄 택시에서는 바로 숙소를 가지 않고 ado근처를 돌아다녔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했기에 마지막 멕시코의 날들이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솔직히 멕시코에서 굉장한 것을 보기도 했지만 충분히 돌아다니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돌아가며 한 번씩 아프다 보니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대단한 것이 있었지만 멕시코를 많이 겪었냐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돌아오고 싶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아프고 기다리고 하는 사이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던 것 같다. 멕시코는 넓고(세계에서 12번째로 넓다. 칸쿤에서 멕시코 시티까지 버스로 20시간가량) 도시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물가는 쌌다.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아마 다음 여행지에서는 꽤 불편함을 느낄 것 같은 예정이다. 이게 다 너희 멕시코 분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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