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바람의 언덕
이런 하늘을 그냥 보낼 수 없다. 삼각대와 ND400, ND1000 필터 등등 장비를 챙겨 임진각으로 향했다. 파주에 사는 것이 이런 때는 좋다. 하늘과 닿아 있는 너른 벌판이 20분 거리에 있으니...
평일 낮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무대 인근은 내일 열릴 파주 포크페스티벌 준비로 분주하다. 일단 전체적인 스케치를 담아 본다.
봄에 왔을 때엔 바람개비들이 겨울바람에 많이 상해 있었는데 다시 보수를 한 모양이다. 깨끗하다. 푸르른 잔디밭에 원색의 바람개비들이 상쾌한 대비를 이룬다. 그 위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조합이다.
최근 새로 생긴 거대한 압정이 눈길을 끈다. 빨강으로 칠해진 압정 덕분에 RBG 삼원색이 완성된다. 높은 바람이 제법 부는 모양이다. 구름이 눈에 띌 정도로 흘러간다. ND 필터를 챙겨 오길 잘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고 노출을 30초로 맞춘다. 날이 너무 좋아 조리개는 22까지 조였다. 조리개를 심하게 조이면 빛의 회절 현상 때문에 화질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움직이는 구름을 찍는데 살짝 소프트 해지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되도록 긴 시간을 담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물린 채로 자리를 옮긴다. 쨍한 날씨에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게 어색해 보이는 모양이다. DSLR을 들고 지나가는 사진가 분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물어보면 친절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는데... 아재들의 쑥스러움이란...
바람에 흐트러진 구름은 제멋대로 그림을 그려 놓는다. 지상의 조형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