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선두리 포구에서 만났던 짜릿했던 겨울
새해 초가 되면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되고, 당장 행동에 옮기게 된다. 시작이 반이니까. 2010년도 그랬다. 새해 첫 주말, 사진 동호회 친구들끼리 새해 첫 출사를 강화도로 계획했다. 야심 차게 1박 2일로. 아마도 사진보다는 겨울 바다에서 먹는 광어의 쫄깃하고 쨍한 식감과 차디찬 소주의 짜르르한 목 넘김을 기대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신년 들어 수도권을 강타했던 폭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강화도로 향하는 길은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촬영을 시작했다. 눈이 조금씩 내리기는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센 물살로 인해 초지대교 아래는 바닷물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미처 얼지 않은 부분과 얼어붙은 부분, 그 위에 내려 쌓인 눈으로 다양한 프랙털 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온통 설원인 강화도 해안길을 따라 갔다. 동검도로 건너가 볼까도 싶었지만 둑길 건너 만난 언덕길이 너무 심하게 얼어 있어 포기하고 선두리 포구로 향했다. 선두리 포구는 뻘밭 깊숙이 이어져 있는 선착장 덕분에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다의 모습을 만났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쳐 메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졌을 듯한 덩어리들은 층층이 겹쳐 있고, 뻘과 바닷물이 엉키면서 얼어붙은 시커먼 얼음 덩어리 위에 하얀 눈이 쌓이면서 신비하면서도 기괴한 얼음장들이 온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냈겠지만 조심스레 바다로 내려가 얼음덩어리를 밟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 만큼은 추위 같은 걸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결국 선두리 포구를 마지막으로 이 날의 출사는 마무리해야 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차량 이동에 지장을 줄 정도였던 데다, 며칠 전 폭설로 고생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탓이었을 게다.
겨울 바다에서 맛보는 광어와 소주의 짜릿한 추억은 남기지 못했지만 우리가 만났던 겨울 바다는 그 자체로 충분한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 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추위나 폭설을 만나면 짜증보다는 선두리 포구의 기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을 정도이니...
카메라는 들어오는 빛의 양을 가지고 노출을 측정할 뿐 색을 측정하지는 못한다. 헌데 하얀색은 까만색보다 훨씬 많은 빛을 반사시킨다. 인위적인 노출 보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즉 카메라는 하얀색을 만나면 밝다고 판단하고, 까만색을 만나면 어둡다고 판단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통 하얀 눈밭을 만나면 카메라는 실제보다 훨씬 밝다고 판단을 해서 적정 노출량보다 노출을 적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실제보다 어두컴컴한 사진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이 컴컴하게 나온 경험이 있다면 좀 더 이해가 빠를 텐데, 마찬가지로 검은색이 많은 경우 실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밝게 찍어 버린다. 하얗게 날아가버린 사진이 찍힌 다는 것.
때문에 대부분의 카메라-심지어 똑딱이 자동카메라에도- 노출 보정 버튼이 붙어 있다. 카메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 로 표시가 되어 있으니 확인해 보길 바란다.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바로 적응이 된다. 알고 모르고 엄청난 차이가 있는 내용이니 꼭 숙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