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context로 살펴본 두 단어의 차이
1:1로 치환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영어 단어들이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많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어제 동네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했던 '사회적'이란 단어도 마찬가지.
'사회'라는 우리말은 집합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 공통된 요소로 묶어낼 수 있는 집단을 '사회'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대학 사회', '의사 사회' 등의 표현이 그렇다. 성질이나 집단을 규정하는 단어, 즉 명사의 성격이 강하다. '대학 사회', '지역 사회', '의사 사회' 등 어느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그걸로 끝이다. 해당 사회에 포함되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인 거다.
영어 'social'은 정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적이다. 사람들끼리 좀 더 가까워지면 좀 더 social 해 진 것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강아지를 '사회화'시킨다는 의미가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말의 '사회'라는 단어에는 없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socialize'라는 동사를 그대로 옮겨줄 수 있는 우리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그냥 '사회화'라는 단어를 썼을 테지만 의미까지 가져오는 데에는 실패한 듯하다.
'social network', 이 단어는 심지어 번역하지 않고 그냥 소셜 네트워크라고 쓴다. '사회적 통신망'이라 번역해서는 도대체 의미를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위에서 말한 social의 의미를 떠올린다면 '친밀한 사람들끼리의 통신망' 혹은 '좀 더 친밀해지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망'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제 'social distancing'이라는 용어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친하게 지내온 사람들로부터의 거리두기'로 이해할 수 있겠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나?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이라도 조심스럽게 가족과 친구들과는 만나왔다. 가족과 친구는 내 주변의 '사회'와는 달리 신뢰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social distancing을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거리두기로 이해했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그들이 '사회적 격리'에 그리도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society, socalism, social capital 등 연관된 단어를 만나게 되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길.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사회'가 들어있는 단어를 보게 되면 역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라. 보이지 않던 의미가 보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사회'라는 단어에는 'community'가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communism과 socialism의 차이가 느껴지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