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우리의 시간대를 찾아서
아침 6:30이면 둘째를 대화역에 내려준다. 12월이나 지금 2월이나 여전히 깜깜하다. 저녁 6시엔 출판단지에서 첫째를 태워온다. 어제오늘이 다르게 밝아진다. 해가 길어짐을 바로 알 수 있다.
동지가 지나면 하지까지 하루 1분씩 낮이 길어진다. 그런데 왜 아침 6시는 여전히 깜깜하고 저녁 6시는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것일까?
서울은 동경 127도에 위치하고 있다. 도쿄는 동경 139도, 북경은 동경 116도이다. 대한민국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GMT+9로 일본과 같다. GMT+8을 쓰는 북경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늦다.
24시간 동안 해가 한 바퀴 돌아오니 경도 1도에 4분 차이가 난다. 결국 서울은 도쿄보다 48분 정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러니 아침은 여전히 깜깜하고 저녁은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것. 도쿄 출장 가면 같은 시간에 출근해도 해가 중천이고, 같은 시간에 퇴근해도 깜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사정으로 인해 2015년 광복절을 기해 표준시를 30분 늦춘 적이 있다. 서울이 아침 6시면 평양은 5:30인 셈이다. 경도와 시간대를 생각하면 이게 맞다. 이 뉴스를 보면서 이건 우리도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도로 서울에 맞추어졌다. 아니 도로 도쿄에 맞추어졌다고 해야겠지.
조상들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생활을 해 왔다. 시계 따윈 필요치 않았다. 새벽닭이 울면 하루를 시작했고, 해가 머리 위에 오르면 점심을 먹었다. 위성으로 맞춰주는 초정밀 시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정작 30여분 틀어진 시계에 우리 생활을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가 아직 머리 위에 오지도 않았는데 점심을 먹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환한 저녁 시간에 퇴근하면 왠지 땡땡이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럴 필요 없다. 여러분은 이미 새벽별을 보며 출근했으니까. 아침에 잠이 많아 일어나기 힘든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탓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시계는 적어도 30분 빨리 가고 있으니. 아침잠 10분이 어딘데 무려 30분이라니...
굳이 일제의 잔재이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식민지 지배의 흔적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알게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