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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Mar 23. 2016

가장 슬픈 출사, 그렇지만 남겨야만 할 것들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일요일, 창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교실을 가득 채웁니다. 창가 쪽 앞에서 둘째 줄, 제일 왼쪽 자리... 졸음을 참기 힘든 자리죠. 이 책상은 단원고 2학년 5반 고 이창현 군의 자리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후 다시 돌아오지 못한 250명 중 한 명입니다. 여느 희생 학생과 마찬가지로 창현 군을 보고 싶어 하는 가족, 친구들의 쪽지가 가득합니다. 비망록을 펼쳐 보니 고운 편지지에 가득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눈물이 흘러 수동 렌즈의 초점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단원고에는 1 반부터 10반까지 열 곳의 존치 교실이 있습니다. 교실마다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을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가득합니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과자를 챙겨다 놓기도 하고, 생일에 가져온 케이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소망과 꿈, 친구들의 아쉬움과 원망, 부모님들의 피 끓는 안타까움들이 그대로 쌓인 채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본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Icould've been you." 당신일 수도 있었다 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작은 시골 마을처럼 가톨릭이 깊숙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보스턴에서 놀랍게도 많은 가톨릭 사제들이 어린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파악되고, 이를 보도할 경우 파장이 너무나 클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보도를 주장하는 기자들이 했던 말입니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큰 아이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작은 아이는 육로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이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단원고 학생들은 단지 운이 나빠서 사고를 당한 것일까요? 


책상 위에 적혀 있는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 마다 제 두 딸아이의 이름이, 아직 초등학생인 조카 녀석들의 이름이 겹쳐 보이더군요. 우리 아이들은 무사하다며 안도하고 있을 때 어쩌면 또 다른 세월호 사고가 터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바래 져 가는 편지지와 흐릿해져 가는 사연들, 쌓여가는 먼지... 흐릿해지는 우리의 기억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때마다 아이들의 책상에 와서 편지를 적고 가는 부모님들, 아이들과 함께 장난치던 친구들은 아직도 통한에 젖어 있는데 말입니다. 적어도 유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이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는 이 교실들이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의 관심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이 출사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의 0416 노란리본 클럽에서 주관했습니다. 단원고 기억교실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교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몇 명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모였습니다. 1반에서 10반까지의 교실을 분담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을 아이들의 시선을 생각하며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 혹은 비망록에 적혀 있는 글 중 부모님의 글 위주로 내용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클럽 운영진분들을 거쳐 유가족들에게 전달이 되겠지요. 아무쪼록 아주 작은 위안이나마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월호의 진실은 꼭 규명되어 이유 없이 세상을 떠나야 했던 저 아이들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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