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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Mar 31. 2016

민주주의가 싹트는 작은 마을, 봉하마을

혼탁해지는 선거판에서 더욱 그리워지는 노짱. 보고 싶습니다.

   김광석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게으름을 무척이나 한심해했었다. 대학로에서 최장기 연속 콘서트 기록을 세우고 있을 때, 주변에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들이 당연하게 그의 콘서트를 다녀오는 와중에 난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결국 그의 콘서트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늘 곁에 있을 줄로만 생각했었는데...


  2009년 5월 어느 토요일 아침은 13년 전 김광석의 자살 소식을 듣던 그 날의 데자뷔였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간 대통령이 찾아온 시민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생각하기 힘든, 즐거운 모습이었다. 언제든 내려가면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황망하게 며칠을 보내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늦은 봄날의 봉하마을은 울분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누구라도 옆에서 툭 건들기라도 하면 눈물을 주르륵 흘릴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은 영영 이루지 못한 채, 절에서 나누어 주는 비빔밥 한 그릇으로 뒤늦게 그 와의 추억을 만들어야 했다.






  해마다 5월이면 봉하마을을 찾으려고 하지만 몇 해 째 마음만이다. 그 동안 몇 번이고 봉하마을을 찾을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본다.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재임시의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나는 권력이 남용하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그가 좋다. 봉하마을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씨앗을 찾아보고 싶다. 그 씨앗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 보잘 것 없는 사진일지라도 힘닿는 데까지는 그의 정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거름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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