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해지는 선거판에서 더욱 그리워지는 노짱. 보고 싶습니다.
김광석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게으름을 무척이나 한심해했었다. 대학로에서 최장기 연속 콘서트 기록을 세우고 있을 때, 주변에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들이 당연하게 그의 콘서트를 다녀오는 와중에 난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결국 그의 콘서트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늘 곁에 있을 줄로만 생각했었는데...
2009년 5월 어느 토요일 아침은 13년 전 김광석의 자살 소식을 듣던 그 날의 데자뷔였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간 대통령이 찾아온 시민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생각하기 힘든, 즐거운 모습이었다. 언제든 내려가면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황망하게 며칠을 보내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늦은 봄날의 봉하마을은 울분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누구라도 옆에서 툭 건들기라도 하면 눈물을 주르륵 흘릴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은 영영 이루지 못한 채, 절에서 나누어 주는 비빔밥 한 그릇으로 뒤늦게 그 와의 추억을 만들어야 했다.
해마다 5월이면 봉하마을을 찾으려고 하지만 몇 해 째 마음만이다. 그 동안 몇 번이고 봉하마을을 찾을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본다.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재임시의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나는 권력이 남용하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그가 좋다. 봉하마을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씨앗을 찾아보고 싶다. 그 씨앗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 보잘 것 없는 사진일지라도 힘닿는 데까지는 그의 정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거름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