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
어린이날 집에 데려다 놨던 큰 딸은 과제해야 한다며 다음날로 자취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막내딸은 느지막이 일어나더니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연락이 없다.
어버이날 저녁, 둘 밖에 없는 집에서 아내는 굳이 휴일 밤에 하지 않아도 되는 현관이니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말은 안 하지만 내심 서운한 거다. 게다가 막내딸 용돈벌이 용인 현관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걸 보니 서운한 대상이 짐작이 간다. 나도 굳이 말 섞지 않고 유튜브만 뒤적거린다.
악기 리뷰를 보다 깜빡 개콘을 놓친 것을 아쉬워할 즈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막내겠지. 나도 서운한 내색을 좀 해야겠다 싶다
"왔냐~~. 일찍 좀 다녀라."
최대한 시큰둥하게 말을 걸었는데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냥 보내기 섭섭해서..."
하며 케이크와 꽃다발을 내민다. 음... 용돈 제법 털었겠다. 고맙다며,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라며 수다를 떨던 아내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어쩌냐? 화장실하고 현관하고 청소해 버렸는데... 용돈 받으려면 한참 있어야겠네..."
무심한 막내딸에게 서운함을 표출하려던 아내의 재정압박 작전이 제대로 역공을 당한 셈이다.
다음 날 출근길 막내를 데려다주면서 긴급 자금지원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빵빵 거리는 뒤차 덕에 시기를 놓쳤다. 어쩐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