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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알아가는 일본
by 기타치는 사진가 Mar 18. 2017

참혹한 과거를 덮는 일본의 근대문화유산

나가사키 군함도

내가 군함도를 찾은 것은 2010년이었다. 내가 사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던 일본 지인이 흥미로운 곳이 있다고 소개를 해 주었던 곳이다. 국내에선 한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는 했으나 아직 대중적인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제 막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었고.


지금은 수시로 나가사키에서 관광선이 운행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2010년만 해도 하루에 몇 편 되지 않았다. 그나마 섬에 상륙하는 코스는 며칠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가능했고 날씨에 따라서는 상륙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던 모양이다. 


아침 일찍 항구로 나가 군함도로 가는 배편을 끊었다. 나가사키 만을 빠져나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지나 큰 바다로 나가니 파도가 높아진다. 승객은 20여 명, 20대 젊은이와 70대 노인분들로 나누어진다. 외국인은 나 밖에 없는 모양. 




섬에 가까워지면서 왜 이 섬이 군함도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분명해진다. 섬 전체가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여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군함처럼 보인다. 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우중충한 날씨 탓에 섬의 형체는 더욱 을씨년스럽다. 


해저 탄광을 채굴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비, 탄광 노동자를 위한 숙소와 편의시설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70년대 중반 폐광되어 무인도가 된 이후 폐허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군함도에 도착할 즈음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섬을 한 바퀴 일주할 수 있었겠지만 파도가 높은 관계로 먼 바다 쪽은 나갈 수가 없어 이 쪽의 모습만 볼 수밖에 없다. 아쉽게 생각하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거대한 건물들의 잔해는 이 곳이 제법 번성했던 곳이라는 걸 말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한 때는 5천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면서 병원, 영화관까지 갖춘 제대로 된 도시로서 역할을 했다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인들에게는 근대화의 기록일 수 있겠지만 그 아래 탄광으로 내려가고, 좀 더 시간을 거슬러 가 본다면 우리에게는 군함도는 일제 강제 징용의 대표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다.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한 외딴섬에서의 강제 징용 노동자의 삶이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예생활이었을 테니. 


연신 감탄사를 외치면서 셔터를 누르는 일본 젊은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를 저들은 알까? 저 섬 지하 깊숙한 곳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노예 노동의 역사를 알고 있을까? 



부부로 보이는 노인 분들은 그냥 관광객인 것 같지는 않다. 젊은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는 사뭇 다른 시선이 읽힌다. 어쩌면 젊은 시절 이 곳에서 살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어가 좀 더 능숙했었더라면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사진이 취미냐?'라고 물어보는 아가씨의 질문에도 가까스로 '그렇다'라고 대꾸하는 실력으로는 무리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 호기심 많은 아가씨는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차린 것 같다. 혼자 와서 아무 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외국인 아저씨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라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이 곳에서는 이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섬 한 켠에는 상륙 코스 관광객을 태우고 온 듯한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와서 섬 안쪽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저 깊은 곳에서 고향을 그리며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고 싶다. 


조만간 영화 군함도가 개봉할 예정인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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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만나는 세상과 사진으로 만나는 세상은 같은 듯 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글과 사진이 만나 좀 더 넓고 재미난 세상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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