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운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인데 그 친구와 가까워질수록 고양이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여러 종의 예쁜 고양이들이 있는 데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른다. 몇 번을 들어도 기억하지 못하고 까먹는 거 투성인 고양이 이야기지만, 몇 해를 두고 보면서 정은 많이 생겼다. 나만큼 고양이들도 그랬다. 처음에는 곁에도 오지 않더니 점점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자 현관문을 열면 문 앞까지 다가와 반갑게 맞이해주고 곁도 잘 내어 준다.
하지만, 여전히 키울 자신은 없다. ‘키워 보자’라는 마음에 당도하지는 않았지만, 친구와 가까워지는 만큼 내 태도에 변화가 생긴 건 사실이다. 길을 걷다 공원에서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눈길을 두게 되었고,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구한 길고양이 치료비 모금을 내고, 쭈르라는 간식을 챙겨 어디 갈 때 하나씩 가방에 넣어두는 정도. ‘고양이’의 ‘ㄱ’에도 무관심하던 내가 이렇게 변한 건 나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발전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카톡 창에서 <캐나다 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다’가 요점. 마침 점심을 먹으려 TV를 켰는데 재방송 중이다. 밥을 먹으면서 보겠다고 하니 눈물 때문에 밥 못 먹을 거라 성화다. 친구들 말처럼 툭툭 눈물샘이 터졌고 콧물까지 더해졌다. 언젠가 유기견 이동 봉사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관심이 더 생겨버렸다.
이후로도 채널을 돌릴 때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면 채널 고정하기 일쑤였고, 또 언젠가부터는 본방송을 챙겨봤다.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캐나다 체크인>은 여행 프로라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남편도 점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본인이 시청하지 못한 회차까지 몰아 보기 시작했다. 마지막 회를 놓친 걸 알았을 때, 마지막 회를 보기 위해 결제하기 이르렀다. 출연진인 이효리도 배경지인 캐나다도 아닌 강아지 ‘토미’를 보기 위해 말이다. 남편도 이 상황이 웃긴가 보다. 반려견, 반려묘 한 마리도 키우지 않는 우리가 강아지 보기 위해 2,200원을 쓰다니.
그렇게 설날 저녁, 우리 부부는 울었다. 고인이 된 양가 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토미’라는 강아지와 이효리가 보여준 그림 같은 장면, 토미 반려인 가족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에 남편도 나도 눈물이 터진 것. 작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따스함과 정겨움이 훅훅 마음을 파고들었다. 강아지들이 여느 동물보다 똑똑하단 건 알고 있지만, 이토록 감정이 진하고 풍부하단 걸, 인간과의 교류가 애틋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을 보며 알게 되었다.
남편은 노년에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그때는 강아지 한 마리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없는 난, 흔쾌히 그러자고 호응할 수 없었다.
<캐나다 체크인> 마지막 회를 보며 나는 ‘오빠 어떤 강아지 키우고 싶어?’ ‘흰색 강아지가 좋아 검은색이 좋아?’ ‘난 큰 강아지보다 작은 강아지가 나은 거 같은데’ 하는 등등 남편과 강아지에 대해 조잘조잘 상의하고 있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도 꼭 입양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는 입양 봉사도 하자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진정성 있는 메시지 덕인가, 이효리의 마음 덕분인가, 그렇게 오랜 시간 굳게 닫힌 마음이 무장해제 되었다.
만남, 이별, 재회 그리고 다시 이별하는 순간을 함께하며 웃고 울었던 그 시간이 참 따뜻하고 뭉클했다.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이라 읊어대던 이효리가 캐나다에서 보여준 10일간의 여정은 반려견, 반려묘에 관심 없던 나를 변하게 하기 충분했다.
덧. 친구와 10여 년 함께 한 반려묘가 며칠 전 고양이 별나라로 떠났다. ‘아프다’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 번 더 보러 갈걸.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또 이렇게 하나를 배운다. 꽤 늠름해 보였던 녀석이 고양이 별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잘 지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