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작가의 야심 찬 SF 대체 역사물
2061년 - 이인화 작가의 야심 찬 SF 대체 역사물
노론과 남인의 극단적이 대결로 어지러웠던 정조시대의 암투와 음모를 극적 긴장감으로 탁월하게 묘사했던 "영원한 제국"은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에서 손꼽는 수작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스토리는 감감해졌지만, 안성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과 정치적 사건의 미스테리를 꽤나 흥미롭게 풀어나가던 정약용의 활약이 기억에 남는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DVD로 출시되어 기대를 갖고 구매하였지만 눈물 날 정도로 최악의 화질로 영화감상을 중단에 포기했던 기억도 난다.
"영원한 제국"은 소설이 원작인데 오늘 이야기하는 "2061년"의 이인화 작가가 쓴 집필했다.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인상적이었던 "영원한 제국"이 역사소설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했다면 2016년은 SF소설과 역사소설을 잘 접합한 대체 역사물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잘 인용되는 타임슬립물이며, 40년 후의 지구 모습을 인공지능 같은 IT트랜드와 정치적인 이슈의 예측하여 그려낸 근 미래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과 상관없이 시대적 배경을 만드는 작은 요소들의 지식은 다채롭고 작가의 장인정신을 공감할 수준으로 디테일 하다.
백투더 퓨쳐 같이 빠른 속도의 가속도로 과거로 가거나, 복잡한 장치를 이용한 터미네이터 류의 이동도 있지만 2061년에서는 뉴런의 전기신호를 과거에 살던 특정 시대의 사람의 뇌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숙주라고 불리는 과거의 사람에 접속하면 그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숙주를 제어하여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숙주는 뇌를 다른 사람에게 지배당한 좀비처럼 눈에 뻔히 자기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던져지고 꽤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주인공인 심재익은 교도서에 수감되어 있던 어느 날, 요원들에게 이송되는데 그가 만나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미합중국의 대통령 다말. 인간과 기계의 결혼으로 태어난 혼종인이다.
(이런 설정은 조금 무리수다 싶긴 하다. 인간-기계-결합-자손의 테크트리가 불과 40년 후에 가능할까?)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독립적인 자유의지를 갖고자 했고, 이에 성공한 인공지능은 이도 문자를 사용하게 세상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도 문자는 바로 한글이다. 세상 그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과학문자이기에 인공지능에게는 딱 맞는 문자였던 셈이다.
짧은 페이지에 한국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숨가쁘고 안타까운 미래 역사가 기술된다.
중국 내전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속셈과는 다르게 위기 상황의 중국이 획책한 계략은 한반도를 미중의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고, 2049년 전쟁은 결국 대한민국을 멸망시킨다. 핵탄두가 터졌고, 핵 발전소 모두 파괴되어 폭발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 것이다. 유태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인들은 나라 없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난민 신세가 된다.
비록 소설의 이야기이고 비약이 심하지만 절대 그럴 일 없다 라는 주장을 하기에 뭔가 켕기는 설정이다.
2061 시대에는 주기적인 펜데믹이 발생하는데, 과거의 바이러스를 통해 백신을 만드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이런 상황이 과거로의 탐색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된다.
미국대통령이 과거 여행중 심각한 범죄인 숙주를 죽게 만든 경력의 심재익을 과거 탐사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불러온 이유다.
1896년으로 이동하여 바이러스 에이치원 데모닉을 공수하는 미션을 주게 된다. 이 미션이 실패하면 2061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치사율 55~95%의 펜데믹으로 인류는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될 운명이다.
그리고 2019년 전쟁이 일어난 원인을 제공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불태우라는 추가적인 비밀미션까지 부여받는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코로나라는 초유의 펜데믹 상황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근거에 의한 추론으로 그려낸 점은 책을 읽어 나가며 감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출신 답게 다양한 분야의 관심과 깊숙하게 들어가는 공부가 없었다면 써 내려가기 힘든 역사의 흐름을 흥미롭게 창조해냈으니 말이다.
다만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임에도 이로 인해 세계의 문명이 들썩거리는 역할은 다소 부담스러운 과장이었고, 이야기를 방대하게 끌고 나가다 보니 곁가지로 빠지는 부분들이 다소 읽는데 힘을 빼는 아쉬움이 있다.
소설 책 한 권에 담긴 미래예측과 과학적 발전의 전망은 그 어떤 작가도 쉽게 흉내내기 힘든 근거 있는 상상력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 연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며, 기왕에 시작한 세계관이라면 조금 더 정교해진 설정과 새로운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