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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Mar 18. 2021

혼자노는기록#2) 마라톤 뛰기 (수정)


혼자 노는 기록 # 2 , 마라톤 뛰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나는, 남부끄럽지만 스스로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 성장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얻은  기분은 두고두고 견디기 버거운 시간을 맞딱뜨릴때 힘이 되어준다.


달리 한 것도없이 항상 방전되어있기 일쑤여서 도전에 쓸 에너지가 충전될 때까진

리스트만 미리 뽑아놨었는데 이번 완충 에너지는 마라톤에 쓸 차례였다.


<마라톤온라인> 홈페이지에 가면 전국의 마라톤 대회 일정을 확인 할 수 있어서

5km 종목과 걷기 종목이 포함된 순한맛 대회들을 위주로 눈여겨보다가

애프터눈레이스에 참가신청을 했다.


해가 쨍쨍한 토요일 오후, 안양천 영롱이 야구장 근처의 대회 접수처에서

번호표와 기록체크용 손목태그밴드를 받고 가벼운 준비운동까지 마친 뒤

출발 신호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숨은 찼지만 주말에 마라톤을 뛰는 부지런한 나에 취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껏 자아도취의 단맛을 음미하며 오른편으로 안양천을 끼고 앞만 보고 계속 나아갔다.


시작 즈음엔 다른 참가자들이 의식이 안 될 수 없었는데 10분도 지나지않아

걷는 사람, 뛰는 사람, 누가봐도 생초보, 누가봐도 베테랑 등 차이가 천차만별로 벌어져

타인은 점점 시야에서 벗어나졌다.

오직 나의 호흡과 우아하게 반짝이는 안양천 경치에만 집중이 됐다.

끊이지 않고 재생되는 잡념으로부터 오랜만에 해방 되는 느낌이었다.


반환점을 돌고 오면서는 근처에서 산책 중이시던 할아버지께서

젊은이가 아주 건실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며 칭찬해 주셔서

달달한 자아도취에 만취해버리고야 말았다.


최종 기록은 [43:44.44]


하찮은 이 숫자에

5월 마지막주 토요일의 강렬한 햇빛과 안양천의 반짝임 그리고 오늘 하루 참 멋졌던 내가 담겨있다.


마라톤치고는 한참 짧은 거리지만 하루 3천보도 걷지 않는 나에겐 꽤 큰 도전이었고,

아무튼 완주했기에 일상에 그렇게 자주 찾아오진 않는 성취감이란 걸 득템할 수 있었다.


마음만큼 안되는 나날에 만만한 스스로에게 채찍질만 일삼아 기죽어있던 자아에도

칭찬만 듬뿍 줄 수 있었던 생일선물 같은 하루였다.




tip / 애프터눈 5km 레이스 참가비 : 2만원  

      





이번 주말엔 애프터눈 레이스(20.5.30) 마라톤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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