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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Oct 22. 2021

혼자노는기록 #21 핸드드립 원데이 클래스 다녀오기



나에게 커피는 점심먹고 소화시키는 느낌으로 마시는 생활소화제이기도 하지만

그 고소한 향과 따뜻한 온도가 주는 힐링타임은 당최 끊을 수가 없다.

특히나 날이 추워질때면 이 따뜻하고 고소한 손난로 한컵에 더 애정이 간다.


원두를 가는 게 귀찮아 집에 들여놓은 캡슐커피머신은 잘 쓰고있긴한데 

막상 캡슐커피만 마시다보니 또 원두가는게 감성적이고 재밌어보인다.


어떨 땐 같이 더 오래 있고 싶어서 귀찮아도

선뜻 과정을 함께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데 지금 커피가 나에게 그런 것 같다.



그리하여 어제는 14도였는데 오늘은 2도인... 

그야말로 살벌한 날씨에 핸드드립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러 칼바람을 뚫고 송파구로 떠났다.


커피 향기로 가득한 작은 공간. 작은 소품에도 선생님의 커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프로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낯설지만 설레는 미지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이다.



그곳에선 곳곳에 주인의 가치관이 스며있어 나를 담고 있는 작은 공간을 뒤돌아보게하고 그것들에 마음을 쏟아 볼 용기를 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하찮게 여겼던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사소한 물건들은 언제나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것들이 들어오길 바라며 대기중인 임시 소품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는 사이 내 삶도 불확실한 다음을 위한 임시적인 어떤 것처럼 스스로 여기진 않았나 싶었다.


수업은 생초보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속도로 진행됐고 강의를 따라가며 직접 커피도 내려보고

같은 원두로 물의 온도와 원두 분쇄 크기를 달리하며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천천히 느껴보았다.

보는 것외에 다른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는 체험은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특히나 생소했던 드리핑. 드리핑은 시간과 무게를 신경씀과 동시에 물을 종이에 닿지 않게

동심원을 그리며 중심을 벗어나지 않게 물을 붓는 작업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완전히 파악했다며 자신있게 드리핑하다가 시간에 지나치게 신경쓰는바람에

무게를 초과하기도하고 다음 시도엔 경각심을 가지겠다며 시간과 무게가 표시된 저울을 눈을 부릅쓰고 쳐다보다가 물이 종이에 콸콸 닿고 있고 난리부르쓰였다.


그래도 전반적인 체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고

평소에 커피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잔뜩 물어볼 수 있었다.


커피필터 모양이 살때마다 달랐던 이유라던가, 황토색 필터와 하얀색 필터의 미묘함이라던가

원두 고를 때 나라가 맛에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건지 등 말이다.


(1.필터모양은 드리퍼가 하리오인지 칼리타인지 구별해서 사야한다. 

하리오는 원뿔형이고 칼리타는 물빠지는 구멍이 3개 있어서 밑에가 각이 져있다.

2.황토색필터는 미묘하게 종이냄새가 물에 베어나온다.

3.예전엔 나라별로 원두특색이있었는데 요즘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도 

워낙 다양한 원두가 나와서 더이상 나라별로 원두를 특색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한다 ㅎㅎ)



클래스 시간은 총 2시간. 

설명과 체험으로 가득 구성되어있어도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가벼운 수다도 동반됐는데 

그 수다에 마저 고소한 커피 향기가 났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를 뚫고 주말에 나름 큰 이동을 감수해도 좋았을 만큼

어젠지 오늘인지 내일인지 분간안되는 분주한 일상에 햇볕같은 만남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 인터넷 검색으로 저렴한 핸드드립세트를 주문했다.

다음 주말, 창문으로 번져오는 아침햇살 속에 따끈한 커피 향기가 

내 방을 가득 채울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설레어 온다.




tip ) 핸드드립 원데이 클래스 비용 :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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