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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Mar 18. 2021

혼자노는기록#4) 관악산 연주대 등산하기


관악산 정상을 찍어보기로했다!

7시30분에 서울대정문에 있는 관악산 입구에 도착해서 9시 50분에 연주대 정상을 찍었다.

매일 출근길 전철타러 10분씩 걷는것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나인데

그 출근길의 14배에 달하는 시간을 걸은 것이다.

그것도 거친 경사와 자비롭지 못한 계단으로 가득한 산길을 말이다.

당분간 등산은 또 못할 거 같다.


관악구에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관악산은 나에게 왠지 만만한 느낌이라 7부 청바지에 에코백을 한쪽에 둘러메고 갔다가

종아리에 모기 물리고 어깨빠질 거 같고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물을 가득 담아가면 무겁다며 반병만 담아가는 패기를 부려

중간부터 목이 말라서 현기증이 올락말락 죽을 뻔했다.

나중엔 연주대가 아니라 얼음물 아저씨를 찾는 게 목표가 되었다.



내려올때는 올라왔던 길이 꼴도 보고 싫어서

다른 하산 길이면 아무데나 좋다며 발길 닿는대로 갔더니 과천시청으로 내려와버렸다.

서울대정문으로 내려왔으면 집까지 10분컷인데 과천시청은 집까지 1시간이 걸린다.

관악산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게되었다. 전혀 알고 싶지 않았는데...



사실 그동안 산에 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어렸을때 억지로 부모님의 주말 등산에 강제 동반된 적이 종종 있었고

그것은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왜 고통스럽게 땀을 흘리고 그 높은 데를 올라가는지,

내려와서도 나무를 잔뜩 보았다는 거 말고는 도대체 무엇이 남는지 모르겠어서

그 모든 행위자체가 대단히 허무하다고 생각되었었다.

특히 관악산은 거의 15년전에 아빠따라 억지로 올라가고 대판 싸웠던

아련한 상처같은 추억이 담긴 곳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앞선 사람을 따라 빨리 목표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스트레스였을까?


하지만 혼자 올랐던 이번 산행은 많이 달랐다.

누군가의 속도에 휘말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에 맞추니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느꼈던 작은 감정 변화, 잠깐 스쳐지나갔던 생각 하나하나까지

가슴에 오래남았고 성취감도 더 진했다.


아빠가 왜 등산을 좋아하고 같이 가고 싶어했는지도 참 오래지나서 깨닫게 된 거같다.

하지만 지금 같이 간다고해도 또 싸울거 같기때문에 등산은 혼자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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