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작가는 프랑스와 인근 벨기에까지
두루 다니며 유럽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이는 그림책 작가들의 창의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답니다.
모든 인터뷰는 바로 그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업실의 풍경, 그것을 구성하는 많은 책과 소품들,
그림도구들, 책상, 그것들의 위치,
모든 것이 와-! 탄성을 자아냈지요.
사진을 보고 또 보며 나도 작업실 갖고 싶다고
백만 번은 생각했네요 ^^
아무래도 그림을 배워야 하려나요?
두번째는 이 책이 뜻밖에 양육서로서
자녀교육과 육아에 대해 대단히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가 시대의 화두인 요즘,
창의력있는 사람으로 자란 대표적인 예들인
그림책 작가들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재밌습니다.
또 자녀를 키우며, 어린이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들 자신의 육아관에 대해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상통합니다.
작가들이 더 섬세한 언어로 자세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를 저의 방식으로 거칠게
요약하자면,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줘라’ 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요즘 엄마들이 하기에 가장 힘든 걸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림책에 관심없는 분들도 육아서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좋을 정도로 양육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됩니다.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자기가 자란 배경과
현재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서 귀에 쏙쏙 들어오고 공감하게 됩니다.
작가들이 ‘자기만의 이야기와 그림 그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것도
재밌습니다.
작품의 제작과정에 얽힌 사연과 이야기
언제나 흥미로우니까요.
그리고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어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단행본 그림책을 고르는 게 어려우신 분들은
이 책에 소개된 국내 번역본으로
단행본 그림책의 세계에 입문하시면
딱 좋을 거 같아요.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이 책의 다소 아쉬운 점은 최혜진 작가가
한국은 창의력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고
유럽은 그렇지 않다고 좀 단정짓고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살짝 불편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읽다보면 작가들 모두
자국 프랑스의 교육제도에 문제를 느끼고
자기라면 학교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며
프랑스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 문화는
글로벌 현상이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겠지만요.
또한 우리 나라에도 이미 수많은 예술가들,
세계적인 작가들이 장르 불문하고 다방면에
존재합니다. 그 분들이라고 다른 교육환경에
있었던 건 아닌데 다들 창의력 좋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나쁘고 외국은 좋다는
약간 사대주의적인 안경을 끼고 시작한다는
느낌에 저는 당황스럽더라고요.
저도 다소 경직된 한국사회와 문화에 불만이
많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좋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프랑스나 미국도 가서 살아보면
저마다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기가 찬 문제들이
상당하답니다.
막상 가서 살아보면 예술하기 좋지도 않아요 ㅡㅡ;;
세상 천지에 예술가가 예술하기 좋은 나라는
없습니다.
반면 사회적 성공을 거둔 소수의 예술가들은
세상 어딜 가도 작업하기 좋지요.
그러나 이런 아쉬운 점은
책 전체의 퀄러티에 비하면 아주 사소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아쉬움이기도 하고요.)
인터뷰이인 작가들의 생각이 내용인데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셔서 그런지 인터뷰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하시고, 잘 정리된 글로 보여주셔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독을 강추합니다.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