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북쪽길 - 바닷길은 끝이 나고
이제 순례길의 종단에 접어들었다. 보통의 순례자라면 이젠 하루하루가 더 아쉬워지는 시간이겠지만, 나에겐 북쪽길이 끝나도 은의 길, 영국길, 묵시아&피스떼라길이 남아 있다. 이번 순례길의 전체 일정 중 1/4 가량을 걷고 있는 중이다.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의 북서부,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며, 몇 가지 특징적인 음식이 유명하다. 삶은 문어(뿔뽀 아 라 가예가 pulpo a la gallega, 갈리시아 수프(깔도 가예고 caldo gallego), 파프리카(삐미엔또스 데 빠드론 pimientos de Padrón), 산티아고 케이크(따르따 데 산띠아고 tarta de santiago) 등이 유명하다.
갈리시아 지방도 갈리시아어가 스페인 표준어와 같이 쓰이는데 보통 교통 안내판, 성당 이름, 동네 이름, 식당의 메뉴 이름 등등에 갈리시아어가 사용되고 있다.
갈리시아의 첫 3구간은 Lourenzá로우렌사, Abadín 아바딘, Vilalba 빌랄바까지 이어지는 약 73km 거리로 산동네답게 제법 힘들지만 바다 길과는 다른 매력이 넘친다.
7시쯤 걷기 시작했지만 초반 1시간 정도는 랜턴이 없으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 이슬인지 비인지 모를 수분으로 가득 찬 숲길을 걷는다. 업 앤 다운으로 지루할 틈은 없지만 힘은 배로 든다. 내 배낭보다 큰 배낭을 지고서 나보다 빠른 할배,할매들 존경스럽다. 안개 낀 날씨라 쨍한 풀색 나무색 하늘색을 볼 수 없지만 나름 분위기 있고, 햇볕이 없어 걷기 좋다.
환해지고 만난 첫 번째 마을의 언덕 정상에 문을 연 'Restaurante A Pena-Vilela'를 만나 까페 콘 레체 그란데와 파운드케이크 비슷한 거. 3유로. 맛은... 아침 공복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갈리시아에 들어오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남을 거리를 알려주는 동일한 형태의 표시석이 매우 자주 나타난다. 덕분에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고, 거리가 줄어드는 즐거움과 반대로 거리가 줄어들어 생기는 아쉬움, 양가의 감정이 들고, 힘들 때는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은 거리에 대해 화를 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리막 끝에 이름 모를 작은 마을과 그 마을을 지키는 작은 성당이 순례자에게 잠시 휴식을 권하므로 사양하지 않는다. 동네는 사람이 살진데 사람 구경이 영 어렵다.
이제 갈리시아를 포함하는 북쪽길은 우기에 접어들어 비가 오거나 안개가 많은 습한 날씨를 많이 보일 것이고,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렇게 안개가 산을 따라 흐르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을 듯싶다. 어려서 TV에서 봤던 동물의 왕국 비 온 날의 풍경 같은 느낌이다.
오전 내내 안개가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가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수분이 날아가버렸는지 날이 좋아졌다. 해가 나면 뜨거워서 힘드니 걸을 땐 구름이 있거나 약간의 비가 내리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이렇게 인간이 한심하다.
오전 내내 언덕을 몇 갠가 넘어 내리막에 자리 잡은 곤단 Gondan의 공립 알베르게는... 쎄라도(닫았음). 조용하고 좋아 보이는데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 북쪽길의 알베르게들은 운영상의 문제 때문인지 아직 순례자들이 많은 시기인데도 닫은 곳이 종종 있다.
곤단을 지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만난 공립알베르게 'Albergue de peregrinos de San Xusto'도 쎄라도. 북쪽길의 알베르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었는데, 역시 갈리시아에 들어오니 공립 알베르게가 매우 자주 눈에 띈다.
언덕을 오르다 만난 작은 마을에 'Bar A Curva'가 열려 있다. 냉큼 들어가 오랜만에 메뉴 델 디아를 주문해 본다. 첫 번째 접시는 감자, 초리소, 소시지, 피망등으로 만든 차가운 샐러드. 두 번째 접시는 뽀요 포카차(치킨까스류) 부드러운 뽀요를 원했던 건데. 포카차라니... 뻑뻑해서 목이 멘다.ㅠㅠ 케찹이라도 달래 볼 걸. 후식으론 까페 솔로(에스프레소). 12유로면 뭐 나쁘진 않네. 샐러드가 특히 맘에 들었다.
내리막 숲길에 발길이 가볍다. 숲 끝에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로우렌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엄청 맑은 시냇물을 건넌다. 지도의 명칭으로는 'Río Grande 리오 그란데/큰 강'이지만 보다시피 또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맑은 물에 저렇게 많은 수초가 물속에서 춤추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알베르게는 조용하고 새로 지어 산뜻하고 깨끗했다. 관리자는 오후 7시쯤 온다고 적혀있어 우선 침대를 잡고 샤워, 빨래한다. 빨래를 양지바른 곳에 널고 나서 보니 빨랫줄 뒤로 성당 꼭대기가 보인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알베르게다.
간단히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알베르게 부엌에서 스페인 라면에 조개 통조림을 부어 끓여 본다.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맥주도 오랜만에 두 캔이나. 이태리 할배 4인방을 만났는데 매우 즐겁고 시끄럽게 저녁을 해 먹는다. 노인들이 힘도 좋다.
다시 깜깜한 이른 아침의 로우렌사 알베르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좁은 계단은 알베르게 뒤쪽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계단을 다 오르자 완전히 깜깜한 숲길로 연결된다. 부유하는 안개인지 이슬인지 구분가지 않는 수분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음을 랜턴 빛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안개 혹은 이슬들이 나뭇잎에 맺혀 흘러내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 안개와 비가 완전히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음악을 틀어놓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동이 완전히 트고 나서도 안개가 짙어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긴 오르막을 오르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운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은 없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남서진하는 길은 다시 많은 산들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할 즈음 동이 터온다. 길 위에 바르가 오픈했음을 알렸지만 바르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 고가도로 밑을 통과해 마을의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니 도로 쪽에 좀 거리가 있는 곳에 오픈한 바르가 있었지만 되돌아가야 하므로 그냥 통과한다. 뭐 특별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므로.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할 즈음 동이 터온다. 길 위에 바르가 오픈했음을 알렸지만 바르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 고가도로 밑을 통과해 마을의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니 도로 쪽에 좀 거리가 있는 곳에 오픈한 바르가 있었지만 되돌아가야 하므로 그냥 통과한다. 뭐 특별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므로.
리바데오를 떠나고 나서는 북쪽길이 전반적으로 그랬지만 더욱더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는 느낌이다. 산인지 농경지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길을 따라 걷는 길에 마을과는 좀 떨어져 조성된 하얀색 벽의 공동묘지 옆을 지난다. 포장된 도로도 없는 곳에 공동묘지라니. 공동묘지를 포함하여 앞쪽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흐르는 안개 때문에 더욱 멋지다.
까뻴라 데 산 빠이오는 구글지도에 해당 사진이 없었는데, 내가 찍은 3장의 사진을 올림으로써 최초의 등록자가 되었다. ㅋㅋㅋ. 현재 위치에서 진행방향 내리막길 끝에는 차도가 있고 그 건너편 산자락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이 멋지다.
산과 산사이에는 사람의 길이 있지만, 이 길이 있기도 전에는 운무가 흐르는 길만이 있었을 것이다. 운무가 마치 강처럼 흐른다. 흐른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바람을 따르는지 알 수 없지만 운무는 흐르고 흘러 형태가 바뀐다.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는 게 정말 장관이다. 갈리시아에 들어서며 매일 아침 안개와 함께하는 이 길은 매일 묘한 설렘을 갖게 만든다.
차도를 따라 잠시 걸으니 '몬도녜도 대성당'이 있는 '몬도녜도'가 맞아준다. 'Mondoñedo' 표지석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도록 매우 정성 들여 잘 만들어져 순례자들을 중심부로 인도한다. 표지석에는 몬도녜도라는 동네 이름과 'Camino de Santiago do Norte/북쪽길'이라는 글과 북쪽길의 시작에서부터 현재 위치까지 음각으로 이베리아 반도 북쪽 지도 위에 표시를 해 놓았다.
몬도녜도는 대성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과 달리 지역적으로는 큰 도시였던 것 같다. 번접하고 큰 도시의 느낌보다는 잘 관리된 구도심과 새롭게 만들어진 주택단지들이 함께 있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 같은 느낌이다. 몬도녜도 대성당을 포함해 교회 관련 건축물들이 많이 보여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종탑이 멋진 성당을 지나 몬도녜도 대성당에 도착했다.
몬도녜도 대성당(까떼드랄, catedral)은 다른 지역의 대성당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모습이다. 리뷰를 찾아보니 성당의 낮은 높이와 완벽한 건축 비율로 인해 무릎을 꿇은 대성당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물론 이 표현은 스페인어를 구글 번역기로 돌린 것이라 그 의미가 정확하지 않겠지만, 대략 어떤 의도로 쓴 표현인지는 충분히 느껴졌다. 무려 13세기에 봉헌된 이 성당이 있는 마을에서 하루쯤 묶어 갔어야 했다.
대성당 광장과 성당이 바로 앞으로 잘 보이는 바르에 앉아 케이크와 라떼 한잔 하며 잠시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본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길을 재촉해야 했다. 원래 몬도녜도를 포함하는 이 지역의 순례길 안내 코스는 20km가 안 되는 좀 짧은 코스 3구간(3일 구간)으로 추천하고 있었는데, 왜 난 3일 코스를 굳이 이틀로 진행하고 있는 걸까. 잘못되었다고 할 순 없지만 많이 모자란 판단이었다. 어쨌든 가야 할 길의 길이에 비해 획득고도가 높아 부지런히 걸었다. 몬도녜도를 빠져나가는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인 데다 해가 쨍쨍 나기 시작해 쉽지 않다. 몬도녜도에서 순례길은 온전한 산길로 가는 방식과 도로와 마을을 따라가는 두 개의 길이 있는데, 산길로 가는 길이 더 직선적이라 짧다. 그래서 길을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아 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걷는 긴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몬도녜도를 출발해 오르막길로 12km 정도를 걸을 후에야 정상부의 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힘든 오르막의 길이었지만 중간중간 아름다운 풍광은 그야말로 지쳐가는 도보 순례자에겐 순간 고통을 잊게 만들어 준다.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이유가 된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오르막의 끝에 도달했다. 지나온 길이 참 까마득히 멀다. 우리 인생도 끝이 있겠지.
3시간 넘게 오르막을 오른 후 길은 평지에 가까워 어리둥절 해졌다. 차량 없는 차도에 나무 그늘밑에 철푸덕 앉아 얼려온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마시는데, 아... 춥다. 10월 초반을 지난 갈리시아는 햇볕이 몹시 따갑지만 그늘에만 들어오면 서늘하다 못해 춥다. 얼린 맥주는 오버였다.
아바딘에 예약한 숙소 'Albergue Xabarin de Abadin' 은 시설, 규모 모두 좋은 사설 알베르게로 주인장도 친절했다. 매우 깔끔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췄고, 특히 마트가 바로 옆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날씨가 안 도와줘서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뿌려 좀 곤란했다.
알베르게의 주인공은 이태리 할배 4인조였다. 스페인 젊은 처자 2명까지 급조된 팀은 부엌을 독점하며 많은 음식을 만드는 가운데 난 간단하게 물만 끓여 스페인 컵라면으로 한 끼 해결했다. 시끄럽기 그지없는 이태리 할배들은 팬케익 같은 음식을 나눠주었고, 같이 노래 부르고 재미도 없는 율동을 강요했다. 심지어 한국말 인사까지 시키며 동영상을 찍었다. 이렇게 세계가 하나임을 느끼며 또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갈리시아의 3번째 날은 오랜만에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늘 길은 거리가 짧은 편이라 여유를 가져본다.
마음에 드는 알베르게는 아침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할배들은 잠이 없는 듯하다. 아침부터 분주한 이태리 할아버지들과 아침을 같이 했다. 사과 한 알, 바나나 한 개, 토스트 2장에 딸기잼 한 개, 버터 한 개, 커피 한잔을 알차게 먹고 비가 좀 그치기를 기다리다, 8시쯤 출발했다.
살짝 밝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랜턴의 도움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무섭지도 않았다.
어제 묵은 순례자들은 오늘 대부분 빌랄바 까지 가는 것 같다. 서둘지 않는 것을 보면.
빌랄바에는 공립알베르게도 있고 사립 알베르게도 몇 개 있어 딱히 예약을 하진 않았다. 공립알베르게는 저렴하니까...
비가 내려서 그런 것인지 9시가 훨씬 넘어서는 시간이 되었을 때야 길이 온전히 보인다. 오늘은 별 볼거리가 없는 날이다. 오로지 길에 집중한다.
매일이 힘들었음에도 오늘은 특별히 아침까지 잘 챙겨 먹었음에도 유난히 힘이 없다. 이런 날이 있다.
그래서 속도가 매우 느렸다.
5명의 순례자들이 벌써 나를 추월해 간다. 갈리시아는 역시 물이 많다. 이 많은 물이 초록의 세상을 만드는 힘인 듯하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풀 뜯는 소들이 사는 사이로 난 도보 순례자를 위한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늘의 주제는 아름다운 길이다. 길 자체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이런 길, 저런 길 다양한 길들이 계속해서 순서를 바꿔가며 출연한다. 관람객은 나 혼자인데도...
길가에 떨어진 알밤이 예쁘거니와 양도 많다. 북쪽길에는 땅에 떨어진 밤을 많이 볼 수 있고 한자리에서만 한봉다리는 주워 담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무겁고 귀찮고 느려지기 싫어서 안 주웠다. 삶아 먹으면 참 맛있을 텐데.
예쁘게 관리되고 있는 집 구경도 하고 갈리시아의 전형적인 오레오도 사진으로 만들어가며 천천히 길을 느끼며 걷는다. 갈리시아 오레오의 형태는 긴 직사각형 형태에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다. 먹을 곡식을 보관한다는 느낌보다, 내년에 심을 씨앗을 보관한다는 느낌정도가 든다. 오래오의 구조는 쥐가 올라갈 수 없도록 돌출부(오버행)를 만들었다. 당연히 곡식을 보관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쥐가 오를 수 없도록 만들었겠지.
소도 밤도 널브러져 있는 길. 밤은 주워 가도 뭐라 하지 않지만 소를 가져가면 감옥에 간다.
순례길임을 다시 알려주기라도 하듯, 길 중간에 돌 십자가 조각상이 있는데 제법 공들여 만든 십자상이 눈길을 끈다. 이 십자상은 Cruceiro 크루쎄이로 라고 부르며, 이정표의 역할과 신앙심 고취를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주로 마을의 시작이나 끝, 혹은 중요한 지점을 나타낸다고 한다. 십자가만 있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한쪽에는 예수가, 다른 한쪽에는 피에타상이 조각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빌랄바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은지 얼마 안 되어 좀 큰 도로를 만나고 잠시 후 빌랄바 소방서와 그 옆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빌랄바의 공립 알베르게는 1시 오픈이고 난 2시가 좀 안된 시간에 들어왔는데 세 번째 도착자인 것을 보니 다른 순례자들은 중심지에 있는 알베르게로 갔나 보다.
상당히 규모가 큰 알베르게엔 관리인이 이미 접수 중이었고 3층에 자리한 침실에 자리를 잡고 샤워, 빨래를 하고 먹을 것이 떨어진지라 중심부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간다. 갈리시아의 공립 알베르게들은 모두 부엌에 전자레인지만 있거나 핫플레이트 등이 추가로 있지만 다른 취사에 필요한 도구는 일절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능하면 지역 경제를 위해 음식을 사 먹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옆에 있는 바르에 갔는데 식사는 안 되는 시간이라 맥주만 한잔하고 멀리 떨어진 마을 중심부의 마트로 향했다. 근데 멀다... 쪼리 신고 왕복 3킬로 넘게 걷는다. 이래서 다른 순례자들이 공립알베에 안 들었나 보다.
장보고 돌아오니 알베르게엔 예닐곱의 다른 순례자들도 자리를 잡았다. 며칠 만에 하비에르도 만났다.
같이 담배를 나눠 피우고 난 배가 고팠던지라 즉석식품으로 배를 채우는데 맛이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그냥 먹을 만했다. ㅋ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과자와 콜라와 귤을 먹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용 자판기에서 안 먹는 키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버려야 하나? 무게도 줄일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