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작은 불빛으로

1부. 마음이 머무는 자리

by 윰글

“노숙 생활을 했던 예전의 황가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진행자의 질문이 흘러나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눈물을 보인다. 말보다 앞선 눈물. 눈물은 국경도, 언어도 필요 없는 만국의 공통어다. 그 눈물의 주인공 황가람은 더 이상 가수가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의 청년으로 다가왔다.

가수에게 무명 시절은 숙명일까. ‘무명’이라는 단어 속에는 단순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을 넘어선 무게가 있다. 생계를 위한 고단한 일상, 차가운 무관심, 스스로를 향한 회의감, 그리고 실패를 딛고서 다시 도전해야만 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이 두 글자 안에 담겨 있다.

“어렵게 얻은 것이 더 귀하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정작 그 시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조차도 버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조금만 더 참아.”

“이 또한 과정이야.”

위로의 말이지만, 단 몇 마디가 휘청이는 마음을 붙들어주기는 어렵다.


황가람은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별이 되기까지 그는 어둠을 지나야 했다. 한때는 거리에서 잠을 청했고, 하루 한 끼가 버거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버티게 했을까. 그의 고백은 단순한 연예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삶의 벼랑 끝에서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빛의 씨앗’ 같은 이야기가 된다.

2011년, 나디브라는 듀엣의 EP 앨범으로 데뷔한 그는 화려하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었다.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로 활동하며 음악의 세계를 쌓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가을에 발표한 ‘나는 반딧불’로 다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노래는 선율을 넘어 그의 삶과 감정, 그리고 버텨온 시간이 녹아든 고백이었다. 반딧불처럼 희미하지만, 끝내 어둠을 밝혀내는 빛.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는 또 한 번 ‘미치게 그리워서’를 리메이크하며 깊은 감성을 드러냈다. 그 노래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다시금 주목받을 때, 사람들은 가창력을 넘어 그의 시간과 상처, 그리고 놓지 않았던 꿈을 들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내 삶의 초입을 떠올렸다. 동기들보다 7년 늦게 교직에 들어선 나는, 낯선 지역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억양도 성향도 달라 낯설었지만, 전교생 100여 명 남짓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했다. 남의 차를 얻어 타야 겨우 출퇴근을 할 수 있었고, 좁은 방에서 룸메이트와 생활해야 했지만, 그 모든 게 감사했다. 두 번의 낙방 끝에 얻은 기회였기에, 아이들과 마주하던 그 순간의 벅찬 마음은 내게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연예계에도, 교직에도, 그리고 우리의 삶에도 ‘무명 시절’은 있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시간. 그 시간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시절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유재석과 조세호 역시 긴 무명 시절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들은 황가람의 이야기에 함께 눈시울을 붉혔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단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음악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아이를 키우거나, 혹은 매일 아침 출근하며 하루를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황가람의 고백 속에서 자신을 비춰본 사람들, 아물지 않은 상처와 흔들리는 감정을 떠올린 이들. 그들은 노래와 이야기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 공감은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사람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 그 희망은 하루를 살아낼 이유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위한 믿음이 된다. 황가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작은 불빛을 떠올렸다. 반딧불처럼 작지만,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빛나는 존재. 그의 노래와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믿는 것이다. 아이의 노력하는 모습,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 친구의 사소한 배려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발견한다. 그런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앞으로는 나아질 거야.’ 그 믿음이 결국 우리를 내일로 이끈다.


나에게도 깊은 어둠 속에 무너졌던 시기가 있었다. 누구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힘내’라는 말이 오히려 짐이 되던 때. 그 무력감 속에서 나는 한동안 주저앉아 있었다. 지금 그 시절의 나처럼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잠시 쉬어가도 돼.”

억지로 힘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면, 다시 일어설 힘은 반드시 찾아온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연하다. 마음도 상황도 달라질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럴 땐 잠시 웅크려도 좋다. 다만 손을 내밀어 보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당신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그 손을 잡을 때, 우리는 온기를 느낀다. 그것이 희망이다.


‘잘 될 거야.’

‘넌 잘하고 있어.’

그 말이 나를 위한 것이든, 내 아이를 위한 것이든, 혹은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든, 결국 그것은 삶을 붙드는 힘이 된다.

희망은 작게 빛난다. 그러나 그 작은 빛 하나가 어둠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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