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나는 오랫동안 외로움을 '관계의 실패'로 규정했다.
사람이 곁에 없어서 생기는 공허,
선택받지 못한 이들의 전유물, 그래서 외로움이 찾아오면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외로움은 나의 자책을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방향키가 고장 났을 때 울리는 가장 정직한 사이렌이었다.
자꾸만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나를 되돌려 보내며
'그때 그러지 말걸'이라는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그 지독한 감정의 정체는, 사실 후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향한 긴급한 경고였다.
"더 이상 그때처럼 살지 마"
"기준 없이 흔들리며 타인의 손에 너를 맡기지 마"
"무엇보다, 너 자신을 그 자리에 혼자 내버려 두지 마"
외로움은 나를 무너뜨리러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내가 더 잘 살길 바라는,
내 안의 내가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에 가까웠다.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혼자 두었기에 생기는 결핍이었다.
이제는 외로움을 없애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이 선명한 고독과 마주하며 질문한다.
"이 외로움은 지금 내 삶의 어느 부분이 부족함을 말하는 걸까?"
외로움의 파도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신호를 등대 삼아
'지금의 나'에게로 돌아온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 비로소 나를 가장 아끼는 선택을 하기 위해.
외로움은, 내가 나를 마중 나가는 가장 용기 있는 시간이다.
[이 편이 남기는 정리]
외로움은 타인이 없어 느끼는 수동적인 감정이 아닌,
내가 나를 방치하고 있을 때 내 안에서 울리는 가장 정직한 경고음이다.
[이 편이 남기는 질문]
"지금 당신을 흔드는 그 외로움은, 당신의 어떤 부분을 구하기 위함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