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기억 거래소”를 집필한 이유 #1
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게임,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는 공대 교수가 왜 소설을 쓰셨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왔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교강사가 계시다면, 여러분은 학생들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셨나요?
학생 입장을 생각해봅시다.
이제까지 우리는 교사에게 어떻게 공부를 배워왔을까요?
저는 교사와 학생, 그 모습을 대략 다음 그림같이 생각합니다.
교육 콘텐츠를 교사가 소화해서, 소화한 결과를 학생들이 먹기 좋게 전달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었고, 그것을 잘 받아먹는 게 학생의 역할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로에 큰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경로는 최선이 아니고, 교육의 전부도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길은 이렇습니다.
온라인 공간에는 동영상 강의, 팟캐스트, 전자책, 블로그, 위키피디아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지식의 보고가 있습니다.
저는 이게 위 그림의 1번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1번 경로를 통해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고 해서, 혼자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귀찮거나 불편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2번 경로를 통해 동료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익혀야합니다.
그럼 교사는 학생에게 무엇을 줘야 할까요?
온라인 공간에서 얻기 어려운 지식, 지식의 전체 구조, 이런 것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교사의 피드백이라고 생각합니다.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이 만들어낸 결과물, 학생이 표현한 생각에 관해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경로가 3번입니다.
마지막 4번은 무엇일까요?
학생의 고민, 질문을 듣는 것입니다.
교사가 말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합니다.
교사는 지금보다 훨씬 적게 말하고, 훨씬 많이 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게 4번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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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로, 새로운 길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늘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제게 큰 자극을 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도 북부에는 겔루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 있습니다.
산으로 가로 막힌 오지입니다.
의사, 학교가 있는 옆 마을까지 까려면 산을 돌아서 72km를 가야 합니다.
이 마을에 다시랏 만지(Dashrath Manjhi)라는 분이 살았습니다.
그분은 위독한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 보지 못하고 잃었다고 합니다.
72km라는 먼 길을 가기 전에 아내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만지씨는 산을 뚫어 길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는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돕는 이도 변변한 장비도 없이, 혼자 힘으로 망치와 정만으로 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결국 산에 새로운 길을 뚫었습니다.
폭 9m, 길이100m의 길입니다.
1960년부터 1982년까지, 22년이 걸렸습니다.
이제 몇 분이면 옆 마을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만든 만지씨는 안타깝게도 이미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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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살리는 새로운 4개의 길.
그 길 하나하나를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해봅니다.
지치면 쉬었다가 하면 됩니다.
힘에 벅차면 함께 하면 됩니다.
잘못된 길이면 다시 뚫으면 됩니다.
제가 쓴 소설은 그런 길의 하나입니다.
제가 가진 지식, 경험, 생각을 제 학생들 그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는 방법으로 소설이라는 새로운 길, 제게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봤습니다.
이 길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아직 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잘못된 길이면 다시 뚫으면 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80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