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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Feb 12. 2019

대학 교수법 강연 150회를 해보고

교수에게 교수법을 전파하면서 느낀 점

2014~2018년 강연 내역을 보니, 대학에서 교수법 강연을 한 횟수가 150번 정도입니다.

2014년 봄에 게이미피케이션 교수법을 우리 대학(강원대)에서 강연한 게 계기가 되어서 타 대학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교수법을 연구, 전파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진행한 150번의 교수법 강연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1. 교수법 강연에 왜 들어올까?

제가 만난 가장 작은 클래스는 5명 정도였습니다.

모 대학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학내 분규로 학교가 난리였습니다.

강의실 문에 쇠사슬이 감겨있었습니다.

그냥 돌아가야 하나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5명 정도의 교수들과 대학원 수업처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만난 가장 큰 클래스는 200명 내외가 몇 번 있었습니다.

총장님이 들어와서 끝까지 함께 한 큰 행사, 업적평가에서 교수법 이수를 크게 반영한 경우, 학생 수 감소 등에 관한 위기감이 큰 지역 대학 등의 경우였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이유는 둘 중 하나였습니다.

첫째, 교수법을 바꿔서 수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접근. 이 경우는 두 패턴이 보입니다. 학생에 관한 애정이 넘치는 경우(더 좋은 콘텐츠를 학생에게 경험시키고 싶은 목적)와 대학 생존에 관한 우려가 큰 경우(중도탈락자, 등교하지 않는 학생 등을 강의실로 이끌려는 목적)로 나뉩니다. 물론 이 둘이 완전히 다른 목적은 아니지만, 미묘하게 다른 부분을 느꼈습니다.

둘째, 업적평가에 필요하니 귀찮지만 참석해야 한다. 이 경우도 두 패턴이 보입니다. 개인 서류나 랩톱을 가져와서 끝까지 구석 자리에서 업무를 보다 나가는 경우를 이제까지 4~5명 정도 봤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억지로 들어왔으나, 점점 동화해서 나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2. 참가자들은 어떤 유형의 교수법 콘텐츠를 좋아하나?

듣는 것 vs. 참여하는 것.

제가 만난 교수들의 80~90%는 참여를 통해 교수법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그분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참여하는 수업을 원합니다. 다만, 우리(교수)도 그렇지만, 부담스러운 방법이 아닌 즐겁고 편안한 방법으로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떤 방법이건, 학생들이 즐겁고 편하게 참여하는 기법을 수업에 접목하시기 바랍니다.”    

 

3. 주로 어떤 콘텐츠를 다루는가?

시간상으로는 1시간~4시간 정도가 많습니다. 8시간 진행한 경우도 있으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교수법 워크샵을 그렇게 장시간, 특히 하나의 주제로 진행하는 대학이 별로 없습니다.

시간에 따라 대략 이렇게 구성합니다.

1) 1시간(실제는 50분): 체험 20분(SW활용 10, 종이활용 10), 설명 20분, 질의응답 & 마무리 10분 

2) 2시간(100분): 체험 40분(SW활용 10분, 컴포넌트 활용 30분, 종이활용 10분), 설명 30분, 질의응답 & 마무리 20분

3) 3시간(150분): 체험 100분(SW활용 10분 * 2종류, 컴포넌트 활용 30분 * 2종류, 종이활용 20분), 설명 30분, 질의응답 & 마무리 20분

4) 4시간(200분): 체험 150분(SW활용 10분 * 2종류, 컴포넌트 활용 30분 * 2종류, 교실빅게임 50분, 종이활용 20분), 설명 30분, 질의응답 & 마무리 20분     


4. 학교, 학문에 따라 교수의 반응이 다를까?

그렇습니다. 일부 다릅니다.

고교성적 최상위 학생들이 소속된 단과대학에서 교수법을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단과대학 교수들의 상당수는 교수법 개선에 관해 필요성도 못 느끼고, 개선 의지도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도, 다 잘 따라옵니다.”     


충격적이지만, 실제 들은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들렸습니다.     


“우리 대학의 강의실에서 나(교수)는 그다지 필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들에게도 멘토,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수는 필요합니다. 가르치는 게 업인 사람이 가르치는 방법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게 정상일까요?     


학문 간 특성 차이에 따라 교수들의 관심 지점이 다르기도 합니다. 대략 이런 케이스가 있습니다.(전체는 아님)

1) 암기 분량이 많은 학문의 경우, 암기에 특화된 기법에 관심

2) 복잡한 수학이 적용된 학문의 경우, 초반에 관심을 붙잡기 위한 트리거 기법에 관심

3)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많은 학문의 경우, 상호작용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기법에 관심

4) 매우 깊고 반복되는 사고 훈련이 필요한 학문의 경우, 사고의 깊이와 다양성을 키우는 기법에 관심

5) 반복되는 스킬 트레이닝이 필요한 학문의 경우, 지루한 반복을 이겨낼 수 있는 기법에 관심


5. 사범대 교수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처음 타 대학에서 교수법 강연을 하면서 사범대 교수들의 반응이 어떨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내심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응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좀 충격 받았다.”

“반성한다.”

“설명한 OO기법은 교육학의 XX와 관련이 있네요.”

“함께 무언가 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반응이 주류였습니다. 반응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구나. 사범대 교수님들 중에 멋진 분들이 많으시구나.”     


6. 다른 주제의 교수법에 비해 만족도는 어떨까?

유의미하게 높은 편입니다.

교수법 강연을 진행한 후에 가급적 참석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편인데,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량 점수는 꽤 높게 나타납니다.     


“올해 프로그램 중에 만족도 최상입니다.”

“만족도가 만점 나왔습니다.”

“행사 마치자마자 앵콜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가 무언가를 꽤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제 설명이 좋아서가 아니라,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기법의 가치를 참가자들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7. 나는 교수법 강연을 왜할까?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우리 교육이 바뀌면 좋겠고, 이를 조금이나마 실천하기 위해 합니다.

2) 내가 연구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다양한 학문의 교수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고 싶어서 합니다.

3) 여러 학문, 다양한 교수들을 만나고 상호작용하면서 내 생각을 키우고 싶어서 입니다.

4) 언급하기 부끄럽지만, 작은 사명감 같은 것도 일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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