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 강의실을 바꾸면 사람과 배움이 바뀐다.
갖고 싶은 게 뭔가요?
나는 갖고 싶은 물건이 별로 없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속에는 ‘강의실이요’라는 답이 떠오른다. 차마 입 밖으로 끄집어내지는 못한다.
우리대학을 포함해서 내가 타 대학 강연, 워크숍을 하면서 사용했던 강의실은 이런 면에서 답답하다.
토론 수업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오기 일쑤다. 시끄러우니 학생들 떠들지 말라고.
토론을 하려는데 1인 의자와 책상이 붙은 책걸상, 지옥에서 온 일체형 책걸상으로는 진행이 어렵다.
강의실 하나에 최대 인원을 수용하는 구조로 책걸상을 넣다보니 강의실이 콩나물시루다. 책상을 비집고 돌아다니다가 학생들 노트를 떨어뜨리거나 가방을 밟기 일쑤다.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공유하려면 일일이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이고 정리해야 하는데, 효율이 떨어진다. 더욱이 포스트잇은 페인트벽에 잘 붙지도 않는다.
프로젝션 스크린이 하나여서 여러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없다.
타 대학 강연, 워크숍을 가면 최신 강의실을 배정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 대학에서 제일 좋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런 상황에서 경험한 비극 몇 장면은 이렇다.
A대학: 책걸상 수에 비해 넓은 강의실, 이동이 편리한 테이블과 의자, 참 좋았다. 모든 집기가 너무 깨끗해서 이번 달에 만든 시설이냐고 물으니, 만든 지 1년은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깨끗하냐고 물으니 아무도 안 쓴다고 한다. 그 강의실에서 팀활동 위주의 수업을 했다. 항의가 들어왔다. 시끄럽단다.
B대학: 스마트칠판이 5개 붙은 강의실을 제공해주셨다. 문제는 아무도 그 스마트칠판의 사용법을 몰랐다. 다행히도 여유있게 도착했어서 혼자 20분 동안 그 칠판의 사용법을 터득했다.
C대학: 강의실벽이 페인트벽이었다. 참고자료를 벽에다 붙여야 해서, 박스 테이프로 붙였다. 나중에 참고자료를 떼어내니 페인트가 함께 뜯어져 나왔다. 몇 달 뒤에 그 강의실을 다시 갔는데, 내가 사고 친 흔적이 그대로였다.
이런 강의실을 만들고 싶다.
크기: 실평수 18평 정도, 수용인원은 20명으로 한정 (현재 대부분 강의실이 18평이면 보통 40~55명을 수용함)
책상: 바퀴달린 1인용 책상이며, 모듈형으로 4~6인 테이블로 붙일 수 있는 구조
의자: 쿠션이 있고, 가벼운 의자
벽면: 강의실의 3면은 유리 화이트 보드(포스트잇 잘붙고, 페인트 안 떨어지는)로 구성
스크린: 강의실 전면에는 최소 2개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하나는 강의자료 & 판서용(판서 내용은 이미지로 저장해서 게시판 또는 톡방에 공유가능하게),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종이에 적은 내용을 실물화상기(A3까지는 인식 잘 되는)로 바로 프로젝션하는 용도로 사용
방음: 차단율 70~80%로 창문, 천장, 바닥을 제외한 3면 시공
음향: 블루투스 스피커 설치 & 무선 마이크 2개 이상 구비
기타: 강의실 뒤쪽 공간에 학생들 가방, 패딩 점퍼 등을 넣어둘 수 있는 공용 락커 설치
이런 강의실,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