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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Jan 02. 2020

내가 꿈꾸는 강의실

공간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 강의실을 바꾸면 사람과 배움이 바뀐다.


갖고 싶은 게 뭔가요?


나는 갖고 싶은 물건이 별로 없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속에는 ‘강의실이요’라는 답이 떠오른다. 차마 입 밖으로 끄집어내지는 못한다.     


우리대학을 포함해서 내가 타 대학 강연, 워크숍을 하면서 사용했던 강의실은 이런 면에서 답답하다.

토론 수업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오기 일쑤다. 시끄러우니 학생들 떠들지 말라고.

토론을 하려는데 1인 의자와 책상이 붙은 책걸상, 지옥에서 온 일체형 책걸상으로는 진행이 어렵다.

지옥에서 온 책걸상

강의실 하나에 최대 인원을 수용하는 구조로 책걸상을 넣다보니 강의실이 콩나물시루다. 책상을 비집고 돌아다니다가 학생들 노트를 떨어뜨리거나 가방을 밟기 일쑤다.

콩나물 강의실(이럴거면 그냥 집에서 온라인보지..ㅠ)   사진출처: 연합뉴스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공유하려면 일일이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이고 정리해야 하는데, 효율이 떨어진다. 더욱이 포스트잇은 페인트벽에 잘 붙지도 않는다.

프로젝션 스크린이 하나여서 여러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없다.     


타 대학 강연, 워크숍을 가면 최신 강의실을 배정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 대학에서 제일 좋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런 상황에서 경험한 비극 몇 장면은 이렇다.     

A대학: 책걸상 수에 비해 넓은 강의실, 이동이 편리한 테이블과 의자, 참 좋았다. 모든 집기가 너무 깨끗해서 이번 달에 만든 시설이냐고 물으니, 만든 지 1년은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깨끗하냐고 물으니 아무도 안 쓴다고 한다. 그 강의실에서 팀활동 위주의 수업을 했다. 항의가 들어왔다. 시끄럽단다.

B대학: 스마트칠판이 5개 붙은 강의실을 제공해주셨다. 문제는 아무도 그 스마트칠판의 사용법을 몰랐다. 다행히도 여유있게 도착했어서 혼자 20분 동안 그 칠판의 사용법을 터득했다.

C대학: 강의실벽이 페인트벽이었다. 참고자료를 벽에다 붙여야 해서, 박스 테이프로 붙였다. 나중에 참고자료를 떼어내니 페인트가 함께 뜯어져 나왔다. 몇 달 뒤에 그 강의실을 다시 갔는데, 내가 사고 친 흔적이 그대로였다.       


이런 강의실을 만들고 싶다.

크기: 실평수 18평 정도, 수용인원은 20명으로 한정 (현재 대부분 강의실이 18평이면 보통 40~55명을 수용함)

책상: 바퀴달린 1인용 책상이며, 모듈형으로 4~6인 테이블로 붙일 수 있는 구조

의자: 쿠션이 있고, 가벼운 의자

벽면: 강의실의 3면은 유리 화이트 보드(포스트잇 잘붙고, 페인트 안 떨어지는)로 구성

스크린: 강의실 전면에는 최소 2개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하나는 강의자료 & 판서용(판서 내용은 이미지로 저장해서 게시판 또는 톡방에 공유가능하게),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종이에 적은 내용을 실물화상기(A3까지는 인식 잘 되는)로 바로 프로젝션하는 용도로 사용

방음: 차단율 70~80%로 창문, 천장, 바닥을 제외한 3면 시공

음향: 블루투스 스피커 설치 & 무선 마이크 2개 이상 구비

기타: 강의실 뒤쪽 공간에 학생들 가방, 패딩 점퍼 등을 넣어둘 수 있는 공용 락커 설치     


이런 강의실,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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