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균 Mar 06. 2020

온라인에서 즐거운 학습 경험, 좋은 수업 만들기

코로나 19 사태에 대학 수업을 100% 온라인, 비면대면으로 디자인하다

전국 대부분 대학의 개강이 미뤄지고, 최소 2주, 최대 15주의 수업이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플립러닝을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플립러닝을 확장해서 100% 온라인으로 수업을 디자인해봤습니다.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플립러닝으로 전환하려고는 합니다.


제가 디자인한 수업 방식을 간략하고, 거칠게 소개해보겠습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발생해야 할 상호작용, 경험을 저는 다음의 그림과 같이 6개로 나누어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6개 각각을 교수, 학생 입장에서 비교적 사용하기 편하고 심리적 거부감이 적은 도구로 해결해봤습니다.

(1) 교육콘텐츠를 교수가 학생에게 설명하는 강의 방식

이 부분은 저희 대학 이러닝 플랫폼(명칭: 이루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강의 동영상 업로드를 통해 소화하려고 합니다. 저희 대학의 플랫폼에서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주차별 동영상을 정리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시청 시기를 정해서 출석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처음 제작하는 교수님들의 경우, 이 단계부터 어렵게 느끼실 겁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녹화실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강의를 3월내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정도의 분량을 소화할 수 있는 녹화 환경(공간, 장비, 지원 인력)을 보유한 대학은 국내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교수 스스로가 강의 동영상을 제작해야 합니다.     


저는 주로 PPT를 보면서 설명하는 형태로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 편입니다. 캠타시아를 설치해서 PPT 화면과 메모, 판서 등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 모습을 함께 촬영합니다. 그런 후에 녹화된 PPT 영상과 제 모습을 캠타시아 내에서 싱크를 맞춰서 하나로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꽤 복잡한 작업같이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한 두 시간 내에 익힐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이 방식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반대로 가장 쉬운 방식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용하시는 수업 교재를 펼쳐놓고, 그 교재를 옆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설명하다고 가정하여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녹화 아니고)만 하면 됩니다. 이러면 오디오 강의가 완성됩니다. 이런 식입니다.


자, 여러분 교재 10페이지를 보면 포뮬러 i가 나오는데, 그 공식에서 알파 값을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알파가 ~~~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를 들으면서 교재를 살펴보면 됩니다.     


(2) 교육콘텐츠를 학생이 직접 보는 방식

유튜브, TED, K-MOOC 또는 외국 MOOC 플랫폼의 영상을 링크로 걸어주는 방식입니다. 이미 외부에 잘 정리된 자료가 있다면, 현 상황에서 굳이 교수가 그와 비슷한 영상을 다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경우 가급적 관련 영상을 여러 개 제시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A이론과 관련된 사례 설명이 있다면, 그 설명을 다룬 외부 영상을 3개 정도 링크해줍니다. 그런 후에 학생들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서 2개 이상의 영상을 보도록 하면 됩니다.      


(3) 다수의 학생 & 교수 간 상호작용

이 채널을 저는 두 개의 방식으로 구성하려고 합니다.

첫째, 실시간 라이브 수업입니다. 페이스북에 수업 그룹을 만들고, 수강생만 그룹원으로 받은 후에 정해진 시간에 라이브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ZOOM을 쓰려고도 했으나, 학생들이 여러 교수의 수업에 참여하게 될 텐데, 각 교수마다 서로 다른 플랫폼, 낯선 툴을 사용하면 학생들의 부담이 클 것 같아서 ZOOM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자기의 모습이 녹화되는 것을 꺼리는 친구들도 많고요.       

페북 라이브는 학생들이 (1), (2)의 영상을 본 후에 제가 제시한 과제를 수행해서 제출하면 그에 관한 양방향 피드백을 주는 용도로 쓰려고 합니다. 라이브 영상은 페북 그룹 내에 저장하고, 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저희 대학의 이러닝 플랫폼에 올리려고 합니다. 외부 플랫폼을 쓸 경우 수업 경과, 기록이 모이지 않고 소멸되는데, 이를 학내 플랫폼에 모으려는 취지입니다.     


페북 라이브 방송시 '프리즘 스튜디오' 소프트웨어를 쓰려고 합니다. 무료입니다. 하나의 방송 화면에 제 얼굴, PPT, 기타 자료(이미지, 동영상 등)들을 위치와 크기를 바꿔가면서 편리하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방송한 영상을 프리즘 스튜디오를 통해 바로 저장도 가능합니다.


둘째, 오픈 카톡방을 만들어서 운영하려고 합니다. 카톡방에서 공지사항, 질의응답, 학생 의견 수렴 등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카톡방을 오픈으로 만든 이유는 학생 개인의 연락처를 수집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학생들끼리도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하는 것이 불편한 경우도 많고요. 방의 출입은 카톡방 주소 & 비번으로 통제하고요.  오픈 카톡방에서 오간 대화는 정리해서 역시 학내 이러닝 플랫폼에 옮기려고 합니다.


(4) 학생 개인 & 교수 간 상호작용

학생과 제가 서로의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는 게 효율적일 수 있으나, 서로 불편할 수도 있어서, 학생 개인과 저와의 일대일 소통은 학내 이러닝 플랫폼의 메시지 기능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5)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

학내 이러닝 플랫폼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글, 자료첨부, 댓글이 가능한 게시판을 핵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기능을 주로 쓰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 1이 과제를 제출하면, 그에 관한 의견을 학생 2, 3, 4, 5가 댓글 형태로 피드백해서 남기는 방식입니다. 학생 2의 과제에는 1, 3, 4, 5가 남기는 식으로 다섯 명이 서로의 과제에 관해 피드백해주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런 상호 피드백을 살펴본 후에 의견을 종합하고 정리해서 (3)의 페북 라이브를 통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6) 학생 개인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 &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

두 가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첫째, (1)~(5)의 경로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자신의 비전, 가치관, 역량 등에 비추어 ‘매주’ 재정립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기존에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수업일지를 작성하도록 시켜왔습니다. 양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한 주의 수업이 끝나면, 그 주의 수업에 관한 본인의 생각만 3~4줄 적는 구조입니다. 한 학기를 다 적어도 A4용지 1~2페이지면 됩니다. 이를 학기 중간에 가끔 확인합니다.     


수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적는 작업임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KAI모델을 배웠다. 그 모델은 ~~~한 이론이다.” 이렇게 작성하면 안 됩니다.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오늘 KAI 모델을 배웠다. 같은 팀 친구들은 I형 인재를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솔직히 A형 인재에 가깝고, A형 인재도 조직 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리하게 나를 I로 바꾸기보다는 I와 잘 코웍하는 A가 되고 싶다.”     


이번 학기에도 학기 초에 이런 양식을 나눠주고 각자가 매주 몇 줄씩 적도록 하려고 합니다. 학기 초에 학생들 각자가 자신이 이 교과목을 수강하는 목적(과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걱정되는 부분(이루고자 하는 것을 막는 장애요소), 그런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장애요소를 넘기 위한 대책) 등을 미리 간략하게 정리해보게 하면, 이런 일지가 더 큰 효과를 냅니다.     


둘째, 학습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작업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업에서 과제, 팀플, 시험을 통해 이런 작업을 합니다. 제가 만든 좀 특별한 방법은 온라인 상에서 시나리오기반의 개방형 문제해결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제가 브런치에 남겼던 이전 글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gamification/29

###     


이상 간략하게나마 제가 디자인한 여섯 개의 상호작용 채널을 설명했습니다. 상세한 설명은 아니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작은 실마리라도 가져가시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EBS 다큐프라임 <다시학교> 1부를 보고나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