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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국퀴어 May 16. 2022

당신의 연인을  가족과 친구에게 소개할 수 있나요?

조재

커밍아웃하지 않은 술자리에서 퀴어가 화두로 던져졌을 때의 어색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를 것이다. 물론 어색한  퀴어 당사자인 나뿐이다.  말을 보태지 않고 경청하는 입장이 된다. 대화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의 커밍아웃 여부가 결정되는  당연지사. 하지만 대체로 ‘커밍아웃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맞이했다. 가장 최근 술자리도 그랬다. 자신의  지향성을 의심해보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멋진 외모의 동성을 보면 설레지 않냐는 물음엔 가만히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멋진 외모가 계기가 될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헤테로다운 말에 연애는 당사자가 하지만  연애가 지속되는 데에는 관계의 확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  멋진 동성과 연애를 시작한다면, 당신은 연인을 주변에 소개할  있나요?’ 그를 애정 하므로 진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터놓을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누군가에게 연인을 소개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건 꽤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연애하는 내내 나의 화두는 관계의 확장이었다. 이성 커플이라면 너무도 손쉽게 이룰 수 있는 그것이, 누군가에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은 알까. 예를 들면 친구나 가족에게 연인을 소개한다거나, 가정을 이루는 일들 말이다. 연인 외에 누구에게도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이 연인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게 쉬울 리 없다. 반대로 연인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소개해줄 수도 없다. 거기까지 가기에 너무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①    일단 내가 먼저 커밍아웃해야 한다. 이것부터 지난한 과정이다. 그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②    성공했다면 친구와 연인에게 만남을 제안하고 동의를 구한다. (실패했다면…. 소개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안위를 걱정한다.)

③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에 낯선 타인이 귀동냥할 수 없는 장소를 물색한다. (내가 사는 곳은 한 다리 건너면 서로를 아는, 지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④    드디어 만난다. 성공적인 만남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운이 좋았다. 커밍아웃할 수밖에 없는 자리(퀴어 동아리)에서 짝꿍을 만났으니 동아리 사람들이라는 든든한 동료들이 먼저 존재했고, 나도 짝꿍도 친한 친구들에게는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상태라 서로를 소개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동아리 동료들과는 지속해서 독서 모임을 하며 담론을 형성했고, 친구들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짝꿍에게 잘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어떤 날엔 나를 빼고 내 친구와 짝꿍이 만나기도 했다. 연인으로서의 짝꿍이 아닌 개별자인 짝꿍이 내 지인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 경우가 보편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쓴다. 헤테로들도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까? 연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까? 연인을 주변에 소개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까? 그래서 많은 경우 연인 관계가 고립된다는 걸 알까?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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