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차 백수다. 일 경험이라고는 알바포함 1년 몇 개월도 되지 않는다.
25살까지만 해도 뭔가를 해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건 그저 나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노력이었다.
그 뒤로 나는 아팠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고 뭐든 하고 싶지도 않은 은둔 고립 청년이 되어, 방 안에서 만화나 아이돌 연예인을 보며 애정망상에 빠져 거의 5년이라는 시간을 잘 씻지도 못하고 카페인만 마시고 또 망상을 하며 아궁이에 장작을 던지듯 하루하루를 때워 나갔다.
3년 정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심리상담사에서 상담을 받긴 했지만,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는 나중에는 그 선생님조차 무서워져서 상담을 중단했다. 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다시금 이대로는 죽을 것 같아 병원을 제 발로 찾아갔다. 그때 내려진 나의 병명은 양극성 장애 조울증이었다.
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 뭔가 안심이 되었다. 내가 그저 유별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지내던 그때, 아 나는 그저 병이 있어서 그렇게 신나다가도 아무것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있었구나! 그랬구나! 다행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병원에 다니면서 울증보다는 조증 삽화가 더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얼굴에 수많은 피어싱을 한다던가 충동적으로 계획 없이 몸에 문신을 새기거나 하루에 서너 번씩 옷을 갈아입거나 안 입던 옷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을 여러 번 바꾸고 지금에야 전기치료나 TMS(자기장 치료)를 받으며 조울증이 아주 좋아졌다. 지금은 불면증이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2024년부터 상태가 아주 좋아져 금연도 하고 술도 안 마시고 가끔 디카페인을 마시기도 하지만 커피도 끊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중고등 학 학생 때부터 지속해 오던 망상도 이제는 흥미가 안 생기고 시도해 보려고 해도 잘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마음 한편이 뭔가 부족한지 사람에게 집착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의 중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망상, 커피, 담배에서 유튜브로, SNS로 그걸 또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절제하니까 그게 사람에게로 옮겨 갔다.
지금은 메시지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 안달이 나 있고 할 말 도 생각이 안 나는데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사람을 못 견딘다. 다수의 사람을 만나고 오면 두통과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몸이 퉁퉁 부어 있다. 장시간 이야기하면 피곤하고 졸리다. 근데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안다. 각자 자신들의 삶이 있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 나를 떠나갈까 봐.
나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 나에게 집중해 주고 싶다.
아직 그렇게까지 많이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이 가는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