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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몬 Aug 24. 2024

나에게 맞는 것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원하는 일과 그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이 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백수 생활을 10년째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지금 그림책을 전시 중인 수익 없는 작가가 되었다.


전시장에 가면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 주신다. 아주 감사하게도, 내가 전시를 하게 될 수 있었던 때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나의 마음 가짐이 달라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을 한다. 적은 용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다. 스스로 컴맹이고 컴퓨터를 배우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았지만 마음이 급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돈을 꼭 달에 200만 원 이상 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못 다니는 나는 그래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게 시작이었다. 모든 일의 시작!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나는 열심히 했지만 무리하였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는 다시금 집으로 돌아오면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기 바빴다.


이건 아마 하고 싶은 마음보다 어쩔 수 없으니 조금 이나마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을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였고 그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멘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반을 바꿨다. 자유롭게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반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자유롭게 그것도 막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선생님도 그렇게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점점 그림에 욕심이 생기고 몰두할수록 그림이 재미없어졌다. 선생님도 점점 수위를 높여 내 그림을 봐주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림이 점점 싫어지고 힘들어졌다.


그리고  학원이 막바지를 달려갈 때 즈음 지원 사업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게 됐을 때도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쉼을 가졌었다.


그 그림을 통해 전시도 두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과물이 나온 것과 주변의 반응을 보면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지만 그저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의 격려와 위로 속에서 힘겹게 일궈낸 그림책이었지만 정말 힘들었다. 나는 뭔가를 정식으로 구색이 갖춰져서 일을 하게 되면 너무 괴로워진다. 그래서 지금도 그저 글을 쓰고 요즘은 그림을 전혀 그리고 있지 않다.


나는 이런 방식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게 살면 안 되지라고 말해도, 잘하지 못하는 것 뛰어나지 않은 것을 내가 좋아하면 도전하고 그리고 학원이나 형식 안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나에게 맞는 일의 방식과 형태가 있고, 현재 나의 형태는 이런 것이다라고, 원하는 것을 학원에 다니며 잘하려고 배우지 않고 일단 그냥 시작하기 그러다 보면 내가 알아서 발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절대 학원에 등록해서 내 평온함과 편안해하면서 즐겁게 작업하는 나를 깎아먹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절대 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알아갈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게 뭔지,

지금은 독서를 하고 있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그래서 많이 읽지는 못 하더라도 생각을 하며 재미를 붙이고 있다. 


내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전반적인 내 삶을 위해서, 맞춤법이나 모르는 단어를 공부하려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내가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하면 뒤집어지는 것처럼 각자에게 맞고 원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분명 그걸 지지해 주는 사람들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지금을 만나기 위해 나는 아마 집안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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