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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May 05. 2022

그림 잘 그리는 방법 알려주세요

미술학원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TOP 3

 대한민국의 아침은 사계절 유독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출근 전 카페에서 업무 정리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편인데요. 고개를 들 때면 창 밖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물기 있는 머리와 다소 흐트러진 옷차림을 보고 있자면 새벽 감성에 빠지곤 하는데요. 치열하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이 느껴져서 그런 듯합니다.


 요즘 권진원 씨의 <살다 보면>이란 노래를 듣고 있어요. 워낙 유명한 곡이라 제목은 몰라도 멜로디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연식은 있지만 지금 들어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 포크 송인데요. 제가 생각한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네 일상을 녹인 가사예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내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되거든요. 멜로디에 맞춰 둠칫 둠칫 저만의 리듬을 탑니다. 아무도 안 볼 거라 생각하고요.



살다 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권진원 <살다 보면>



 요새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해도 해도 끝없는 일들이 산적한 가운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럴 때면 한숨과 함께 매일이 전쟁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머리에 김이 솟아오르는 날이면 괜히 여행지를 찾아봅니다. 도망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하.......


 앞선 글귀처럼 남녀노소 살다 보면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먹고살기 위한 일들만으로도 하루가 바쁘죠. 그런데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직장과 학업, 육아로 오늘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이미 동나 버린 것 같죠. 시간 있으면 맥주 한 잔 마시고 두 다리 뻗고 자는 게 내일의 나를 위한 투자인 것 같아요. 나를 위해서 언젠간 투자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저는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딥슬립 각......


 일에 치여 번 아웃된 경험 있으신가요? 그럴 때면 어느새 내가 빈 껍데기가 된 것 같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곤 해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닌 조연으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고요. 취미 생활을 가지라는 조언에 뭘 해볼까 알아보지만 막상  뭐부터 해야 할지 깜깜하죠.


 근래 들어 어머님, 아버님들의 원데이 클래스 신청이 많아졌어요. 자녀들 분가시키고 적적한 마음에 취미 삼아 신청하셨다고 하신 경우가 많아요. 처음 수강하실 땐 연필도 들기 낯설어하시는데 곧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어린아이와 같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덩달아 신이 나서 수업하곤 해요. 아직은 젊은 제게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이런 것도 더 젊었을 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유가 없었지. 애 키우고 뭐한다고 앞만 봤던 것 같아.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말씀을 들을 때면 정말 멋있다, 나도 나중에 저런 황혼기를 보내야지 다짐하곤 해요. 나이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배우고 나 자신에게 투자하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저도 일에 치일 때면 제 자신을 돌보고 투자하는데 소홀할 때가 많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한 질문은 저도 학창 시절 많이 했던 질문인데요. 보통 그림에 욕심 있는 분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해요. 저도 욕심이 많았던 터라 특별한 그들만의 비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에 작가 활동하시는 분들, 강사님들을 찾아가 여쭤봤었죠. 그 당시엔 나름 절박한 마음으로 질문했던 것인데,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듯한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실력 향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었던 건데 시원해지긴 커녕 고구마 서른 개 먹은 듯 답답했어요. 그중 기억나는 답변 말씀드리면요.


A. 글쎄, 뭐든지 관찰력이 있으면 좋으니 크로키를 해보는 것도 추천.
B. 글쎄...... 명화를 좀 보면서 모작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C. 앉아서 그림만 그리면 잘 그려지나. 나가서 경험도 하고 해야지.
D. 나는 그냥 그려졌는데......?
E.......
.
.
.


냥냥 펀치 맞아볼래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대신 저는 한 동안 ‘그림 잘 그리는 방법’ 대신 ‘잘 그린 그림’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은 확실한 답이 있고, 그 답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찾기가 쉬워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아요.


Q. A + B = 5일 때, A와 B에 들어갈 숫자는?

답)
1) 5, 0
2) -3, 8
3) 105, -100
.
.


 잘 그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선 내 안에 잘 그린 그림 곧 좋은 그림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서야 해요. 그래야 내가 생각한 잘 그린 그림에 도달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인 ‘A와 B' 들을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방법들은 무궁무진하죠. 그러니 제가 여러분들께 일괄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명화 모작하고 그 작가에 대해 연구하고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고 말씀드리면 사기...... 그래서 잘 그리는 방법은 좋은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의 기준을 세운 뒤에 찾아봐도 늦지 않아요.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일까?

잘 그린 그림이란 게 있을까?

나는 왜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을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잘 그린 그림이란 어떤 그림인가요? 실물과 똑같이 재현할 줄 아는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가요? 유명한 작가가 그린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가요? 혹은 사람들이 말하는 잘 그렸다는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요? 아니면 수 천만 원에 팔리는 작품들이 잘 그린 그림인가요? 이 부분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https://brunch.co.kr/@gamlim/15





There is no royal road to learning



 사실 방법보다 중요한 게 있죠. 남들이 뭐라 하든 날마다 자신에게 투자한 분들이 결국엔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을 봅니다. 결국은 ‘꾸준하게 노력하는 삶의 태도'야말로 본인이 생각하는 잘 그리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열쇠입니다. 저도 학창 시절 #남들보다 빠르게 #1등 #최고가 되고 싶어 그림 그리는 데 있어서도 지름길을 찾았어요. 하지만 빠른 속성반은 없더라고요.


 앞서 저희 아버님, 어머님들처럼 평생에 걸쳐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생활을 위한 일들도 있겠지만 나 자신을 위한 투자라 할 수 있습니다. 나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삶의 모습이 그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서 베이스가 되는 것을 보곤 합니다. 베이스가 튼튼할수록 멀리 갈 수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저도 나를 위한 시간은 지키자 다짐하게 되네요.



그림 그리는 방법 전에 좋은 그림은 뭘까 생각해보기.
그다음은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



https://www.youtube.com/watch?v=K3exKCesJmQ

권진원 - '살다 보면' with 윤도현 |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7회. '대학로 소극장 학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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