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림 Jun 18. 2022

내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왜 그려야 하나요(2)

우리나라에 그림 배울 수 있는 곳 정말 많죠. 내 집 앞 아동미술학원부터 입시미술학원, 취미미술학원, 작가의 작업실, 심지어 미술 과외도 받을 수 있는데요. 요새는 비대면을 선호하시니 온라인으로 수강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내 시간에 맞춰 배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미술학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게 아동 미술학원은 비빔밥이죠. 각양각색의 필요를 가진 아이들이 모이기 때문에요. 그림을 좋아해서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떠밀려 온 친구들도 있죠. 아이들 픽업을 위해 퇴근시간에 맞춰 보내시는 경우도 있고요. 그 외에도 학원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고, 같은 학원 안에서도 클래스 별로 색깔이 달라서요.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 맛있게 비벼야......


입시 미술학원은 제게 고향을 떠올리게 해요. 마냥 따뜻한 고향은 아니고 사연 있는 고향 어디쯤인데요. 입시 미술학원 특유의 연필 냄새와 그림들은 오랜만에 찾아간 시골집 냄새를 같죠. 오랫동안 배우기도 했고 가르쳤던 기억들이 서려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입시 미술학원은 아무래도 본격 미술 전공을 하려는 예비 전공생들이 대다수라 많이들 무겁게 느끼시나 봐요. 학구적인 분위기에 갑자기 미술전공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고요.


이젤에다가 쓱쓱


취미미술학원 하면 원데이 클래스 빼놓을 수 없죠. 예전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아서 찾기도 어렵고, 찾아가는데도 노력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지금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취미 생활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하시고,  학원에서도 수요에 맞춰 다양한 주제의 원데이 클래스가 이뤄지니까요. 금손들만 모이는 곳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었는데 심리적 문턱이 많이 낮아졌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미술학원이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갖고 계실 텐데요. 그림 그리기의 숨길 수 없는 또 다른 매력 소개해드릴까 해요.






우리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난 로사 난 로이 우주를 누비고 다니는 우리 로켓단들에겐 밝은 미래 아름다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난 냐옹이다옹~ )


전 세계 어린이들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기억하시나요? 위에 대사는 극 중 로켓단인 로이와 로사, 야옹이 등장 멘트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늘 본인들이 누구인지 소개했던 터라 제일 웃기다 생각했었어요. 나름 빌런인데 허당 미가 넘쳐서 바보 삼총사가 확실하다 비웃었는데요.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본 바 똑똑한 캐릭터였다는 사실......



아니 갑자기요?



'내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수업 시간에 제일 눈총 받는 학생들이 누굴까요. 꾸벅 조는 친구들도 딴생각하는 친구들도 아니고 열심 질문하는 친구들이죠. 질문하면 짝꿍도 신기하다 쳐다보고 졸던 친구들도 시끄럽다 눈뜨고, 선생님들도 기대하지 않던 질문에 살짝궁 당황......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요. 한 분의 선생님이 일 년에 몇 번의 질문을 받으실까요.


포인트는 내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 자신에게 질문을 아주아주 잘하게 됩니다. 자문자답의 귀재가 되는 건데요.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에요. 오늘은 어땠어?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야? 기분이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오늘도 고생했다. 내일 쉬는 날인데 뭐하고 싶어?


누구나 하고 사는 질문들인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언제 했더라 싶어요. 우리는 매일 거울 보면서 외모도 가꾸고, 밥 먹고 운동하면서 건강도 살피고, 틈틈이 놀면서 기분이란 것도 챙기는데요. 중요하단 건 알아도 내 정신을 마주하는 데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약간의 귀찮음도 수반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자문자답을 통한 내면에 관심 두기는 쉬운 듯 어려운 일이죠. 사실 자문자답 안 해도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 당장 내면을 멀리한다고 했을 때 큰 병이 생긴다면 몰라도요.



ebs 다큐 <왜 우리는 대학을 가는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한 중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어린 시절 저 역시 질문하는데 인색한 친구였습니다. 수업 중에도 분위기에 눌려 질문 안 하고, 누가 물어보면 놀라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죠. 어딜 가든 질문하고, 질문받는데 두렵지 않아요. 그럴 수 있는 데는 그림 그리기의 영향이 컸습니다.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반면 앞서 사실은 똑똑한 캐릭터였다는 로이와 로사, 냐옹이는 본인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누구고 뭘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었어요. 삼총사의 정체성은 아주 확실하죠. 로사와 로이 나용이는 포켓몬의 감초이고 귀염둥이 악당인걸요.


그리고 악당이 된 이유는-문맥상 안 맞지만- 이 세계의 파괴를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고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랑,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일을 하고 있고요. 로켓단은 끊임없이 도전하는(늘 실패하는) 노력형 빌런이죠. 생각해보니 멋있죠?


- 짠 -

 <로켓단 자기소개서>

누구(정체성):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이유(꿈, 목표): 이 세계의 파괴를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일(방법): 사랑과 진실, 어둠 뿌리기


어느 날 누군가 너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봐라 했을 때 로켓단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지향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내가 누구고, 내 꿈이 뭐고,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은 평생의 숙제와 같은 질문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인생에 있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그림 한 장은 질문을 통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며 훌륭한 도구예요. 그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왜 이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어떤 색상과 재료를 사용할 것인지 등등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죠. 그렇게 자문자답을 지속하다 보면 더욱 본질적인 질문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림 한 장으로 나를 알고 이해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나는 누구일까



? 라는 질문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내면을 돌볼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단순 기술의 발전 역시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겠지만 왜?라는 질문에 익숙해지고,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은 그림 그리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 뿐 아니죠. 나에 대해서 알았다면 나 자신에 대해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과 이를 이미지화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기를 수 있죠. =


우리들은 내가 누구인지 관심이 많아요. 그런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표현욕 구도 빼놓을 수 없죠. 패션, 먹을 것, 쓰는 것들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며 표현하길 바랍니다.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아는 게 선행되어야 할 텐데요. 그동안 나 돌보기를 조금은 미루고 외면해왔다면 그림 한 장을 통해 나 자신과 마주해보시면 어떨까요? 남녀노소 그림을 한 번 제대로 배워둔다면 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여러분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https://brunch.co.kr/@gamlim/30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대나무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