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 5

남쪽으로

by GIL


Day 4


내가 무엇을 꾸준히 하는가 생각해 보니 커피를 꾸준히 사 마신다.

집에 와서 새로 산 고양이 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며 책을 읽는다. 점심으로 남은 나물에 계란을 덮어 비벼 먹으면서 유튜브를 봤다.

수제 맥주 영상을 보니 맥주 마시고 싶네.


내일 출국을 위해서 주섬주섬 그림 재료를 챙겨보다 보니, 제대로 된 종이를 사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붓을 들지 못하는 날들이지만, 환경이 바뀌면 뭔가 내 마음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 재료를 좀 샀다. 마침 세일하는 마커와 크래용을 집어 들고 종이도 좀 골랐다.

어떤 터닝포인트가 생기기를 바라며 깨알같이 싸본다.


집에 오는 길에 블루베리 식빵을 사 와서 차를 내려 마셨다.

집을 치워놓고 혼자 갖는 티타임은 너무 소중하다.

유치원과 학원을 끝내고 돌아오는 어린이들을 모아서 차에 태우고 할머니를 뵈러 갔다.

함께 팥죽을 나눠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추운 밤 팥죽은 유독 달콤하고 따뜻했다.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첫째가 몸이 안 좋다기에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밤에 계속 열을 재어본다. 내려갔다가 또 올라가고 열이 들쭉날쭉한 게 불안해서 다음 날 일찍 병원에 가보기로 한다.




Day 5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가서 증상을 얘기했더니, 선생님이 독감검사를 받아보자기에 설마설마하며 검사를 받았다. 독감진단을 받았다.

출국날 독감이라니... 앞이 막막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이 컨디션은 좋았지만 온 가족 약을 한가득 받아왔다.


점심으로 너구리와 김밥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

"괜찮아, 액땜이야" 되뇌며 차에 짐을 싣는다.

공항에 도착했으나 주차장이 만차라 아빠와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우리를 내려주고 바로 떠났다. 잘 지내요.


춥고 건조한 겨울, 안녕~

내리자마자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에워싼다. 언니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싱가포르.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