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둥근 말을 이 다정한 말을 왜 누르고 살아야 하지? 말없이도 알아듣고 말없이도 통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는 걸 도통 모르겠는 걸 어떡하냔 말이지 쑥스럽다거나 헤퍼 보인다는 것도 다 곤대들의 철벽이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호접란에 물 줄 때마다 속삭였더니 윤기가 도는 이파리 좀 봐 피어나는 꽃잎을 봐 그냥 미소가 번지잖아 웃음이 툭툭 터지잖아 온몸에 향기가 돋잖아 사랑해,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말이 아무것이 되어 마술을 부리지 역병의 그늘도 환해지는 이 말랑말랑한 말을 이 뜨거운 말을 왜 아끼고 살지?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너는, 나는
< 함순례, 구석으로부터, 애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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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랑해, 그 말이 참 좋습니다. 꾹꾹 눌러쓴 진심이 느껴질 땐 참 미치게 좋아집니다. 다만, 아직 온전히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모르고 흉내 내 온 시간에 대한 반작용인가 봅니다. 지금 잠시 머뭇거리는 까닭은, 속으로만 웅얼거리는 까닭은, 사랑이라는 말의 이면을 자꾸 더듬고 있는 까닭은. 어쩌면 그림자를 다 꺼내고 곧 다시 해실 거리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잠시 이러고 나면 그땐 원 없이 사랑해 사랑해,오래전 본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말할 것만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