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이잉~ 징이잉~
스마트폰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구매 원합니다.
-예. 구매 가능하십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주소 알려 주세요~
-예 이 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몇 시까지 오십니까?
-음... 5시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그 시간에 뵐까요?
-예 그 시간에 뵙겠습니다.
-네~
중고 마켓에 처음 중고 물품을 올렸는데 채팅이 왔다.
직거래는 처음이라 설렜고,
이렇게 빨리 판매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고 느끼면서 5시에 맞춰서 약속 장소로 나갔다.
-어디세요? 저는 지금 와 있으니 천천히 오세요~
5분 먼저 도착한 나는 채팅을 보냈다.
-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 차로 가고 있는데 길이 좀 막혀서 5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예. 조심해서 오세요~
5시 10분이 되어도 구매자는 오지 않았다.
15분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길을 못 찾으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거의 다 오셨으면 근처 사진 좀 찍어서 보내주세요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예.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 못 찾겠네요~
시간은 5시 반!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어디십니까? 오시는 거 맞...
맙소사~ 상대방은 채팅방을 나가 버렸다.
상대방이 구매할 생각도 없으면서 장난을 친 것이었다.
‘당했네!! 아 바로 이런 거구나~’
소문으로만 듣던 걸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중고 마켓의 첫 경험은 쓰라린 상처로 시작되었다.
그 뒤로도 번번이 퇴짜를 맞은 나는 진짜 거래가 성사되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품었다.
고민 끝에 약속을 잡을 때도 살짝 패턴의 변화를 줬다.
-오시면 채팅 주셔요~
-도착 5분 전에 채팅 주시면 나갈게요~
헛수고를 방지하는 멘트이긴 했으나 그마저도 속이려고 마음먹으면 속수무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이 왔다.
휴대용 가습기를 구매하려고 오시는 분이셨다.
역시나 약속 시간은 넘어서고 있었다.
-어디세요?
-가고 있습니다.
-알려 드린 주소로 오고 계신 거죠?
-예. 이제 전철역에서 내려서 가고 있어요~
전철역에서 약속 장소까지는 10분 내외의 거리.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20분...
역시 구매자는 보이지 않았다.
‘또 나가리구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서는 찰나 횡단보도 건너편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가습기요!!”
“예!”
아주머니는 헐레벌떡 내 쪽으로 뛰어오시더니,
“초행길이라 찾기가 힘드네요~ 정말 포기하고 싶었지만 물어 물어 왔습니다.”
“아 예 고생하셨습니다~” ‘이 앱(애플리케이션)은 근처 동네에서 오는 거 아니던가?’
“사실 제 어머니가 폐암에 걸리셔서 가습기가 필요한데...”
맙소사 이게 웬일인가?
2만 원짜리 휴대용 가습기를 중고로 사러 오셔서 굳이 왜 본인 어머니의 암 투병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깎아달라는 말씀인가? 아니면 나눔?’
속으로 생각했지만 난 아무 말 안 하고 일단 듣고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시는 도중에 나는 말씀을 끊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예. 잘 알겠습니다. 가습기 2만 원이고요. 물건 확인하세요~
갑자기 말을 멈추신 아주머니는 다시 말을 이어 가셨다.
"판매자님은 꼭 그 가격 받으시고 싶고 저는 싸게 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드디어 본심이 나오는구나!’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구매하실 건가요?"
"아 네! 산다고요!"
아주머니는 얼굴이 굳어지시더니 제품을 요리조리 살폈다.
그러시더니 쌀쌀맞은 말투로
"근데 리모컨도 없고 무선으로 작동도 안 되네요?"
"예, 판매글에 다 설명되어 있던 부분이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구매하시겠어요??"
"알겠어요!! 산다구요 사!!"
그 아주머니는 꼬깃한 2만 원짜리 지폐를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내시더니
‘휙~’
던지듯 나에게 주며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갈 길을 가셨다.
‘어머니가 폐암인데 2만 원짜리 가습기라니! 음... ’
무언가가 이상했고 허탈했지만 어찌 되었든 나의 첫 중고거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