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루 Sep 30. 2022

나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어

어제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도


근데 또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처절했던 감정, 가슴 한 구석 툭 하고 내려앉는 공허한 소리, 무기력한 의미부여, 끝나가는 사랑이

보여주는 외로움도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겪지 않을 안쓰러운 감정이어도 불구하고 없애진 못하는 사랑을 난 또 찾는다.

사랑 앞에 다시 굴복하는 애증의 힘의 애를 나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내 모습이 이젠 용기 있고 사랑없이는 지낼 수 없다는 인정을 받아들인다.

아마 사랑은 내게 항상 이렇게 절대적인 존재겠지

의지하지 않고 혼자 나아가겠다는 나의 말은 거짓인 게 들통난다. 난 사실 또 사랑이 하고 싶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이게 하는 섬세한 그의 사랑을 사랑한다. 그의 세상에서만큼은 특별해지는 나와 그대를 사랑한다. 지나칠 일상에서 그가 보내 준 하늘 사진 한 장으로 오늘도 그리워하는 따뜻함을 사랑한다. 나의 어려운 순수함까지 내비치게 해 버리는 그의 진실됨을 사랑했다. 서로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만든 우리의 암호를 사랑했다.

신뢰로 싸매인 편안함과 안정감을 그리워했다. 나의 오늘이 지쳐도 당신의 한마디에 우울감이 내쳐지는 게 사랑이었구나. 무너지는 신뢰는 곧게 세울 수 없다는 것도, 사랑이 끝나가는 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사랑의 속도가 기막히게 다른 타이밍이 야속했다. 사랑을 지키려는 의지는 신뢰가 바탕이어야 한다는 것도 내겐 다 사랑에서의 배움이었다.

그래도 온전하지 못한 도파민의 감정 호르몬이 몽글몽글 새어 나오면서 금세 빠지게 하는 자극적이고 간지러운 사랑을 또다시 원하는 나를 사랑한다. 아픔을 망각하는 게 아니라 망각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사랑을 난 또 다시 하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모자란 잠을 자는 것도 왜 아쉽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