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생기는 기분
갑작스레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보물이 찾아왔다.
처진 올챙이 눈꼬리에 퍼런 핏줄이 피부에 도드라지는 창백함을 지닌 아이
아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내 인생엔 아이들과 깊은 관계없이
지나온 세월이 길다.
내 품에 안겨있는 조그마한 아기를
처음엔 낯설어했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하나뿐인 이모가 된다는 게
가족이 이렇게 갑작스레 생겨버리는 게 낯설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나는 이 조카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물었다.
"네 눈에도 조카가 제일 예쁘니?"
"응. 나는 진심으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거 같아."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 이성적인 판단이 안된다는 사실은 언제나 새기고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순식간에 찾아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시각을 가진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 눈엔 단단한 콩깍지가 씌었다는 것이다.
조카 네가 제일 예뻐 보이는 건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