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싫다. 누구나 조금씩 나쁘다. 그러나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의 나쁜 모습을 발견하면 곧잘 미워한다.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선善을 추구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감정은 자기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악해서 불편하다. 그래서 자기가 남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악하기 싫고 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분명 악한데, 그 악한 마음이 자기 안에서 자꾸만 샘솟는다. 그래서 정당하게 미워할 이유를 찾아 낸다. 저 사람은 악하다고. 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미워한다고. 악을 미워하는 것은 선이라고.


이런 메커니즘으로 스스로를 선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선한 사람도 남을 미워한다. 그리고 미움을 품은 자신을 허용하기 위해 남을 악인이라고 믿는다. 너는 잘못을 했고, 나는 잘못을 미워하고, 그러니까 나는 선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실은 미워하는 게 우선이다. 먼저 미워해 놓고, 미워해도 되는 이유를 찾아 붙이는 것이다. 악한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미운 사람을 악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선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악을 명분으로 남을 당당히 미워한다. 타인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악을 제압하는 것이 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선한 일을 하는데 죄책감을 느낄 리 없다.

미움 많은 사람이 그 미움을 근거로 스스로를 선하다고 판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착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늘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고, 분노에 차 있다. 선이나 도덕이나 규칙을 근거로 타인을 비판하고 싶어한다. 그의 주변에 있을 때는 악으로 판정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악하면 공격 받을 테니까.


차라리 나는 안 착한 사람이 좋다. 남은 악하고 자기는 선하다고 규정하지 않고, 그냥 쟤는 나랑 달라서 싫다고 말하는 게 속 시원하다. 꼭 남이 악해야만 미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랑 안 맞으면 미울 수도 있다. 미워도 하고 사랑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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