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열등감은 성숙한 겸손함으로
여기 온 학생 대부분은 자라면서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 감정을 절대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아니 느끼고 싶지 않아서
몸부림치며 자신의 위치를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스를 달리는 자들이 모두다 나와 같은 프로라면, 그동안 자신의 실력에 자찬하며 흐뭇했던 마음을 미련 없이 거둬야 한다. 비록 수시로 밀려오는 열등감은 뼈 때리게 아프지만, 훌륭한 모범사례를 직관하고 배울 수 있는 건 이 리그의 독보적인 장점이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똑똑한 사람은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자신의 주제를 파악한다.
내 바로 옆 친구의 놀라운 실력에 감동하고 인정한 다음에 할 일은, 그 강점을 잘 분석해서 나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력을 디벨롭하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내가 깨달은 이 리그의 도의이자 공존을 위한 지혜였다.
빈 수레는 요란하고 찬 수레는 묵직하다.
이곳에 요란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언제나 조용해서 평온했지만, 너무나 고요해서 무섭기도 했다.
가끔 학교의 완벽하게 차분한 공기가 섬찟할 때는 백양산 약수터를 걸어보았다.
우거진 침잠의 숲속에서 내 영혼의 강녕을 차분하게 살피고 돌아왔다.
처음
내 영혼을 폭격했던
생경한 열등감은
성숙한 겸손함으로
전환되었다.
변화 노력이 거듭될수록 내 안의 자아는 무럭무럭 자랐다.
우리는 겸손한 과학도로서 학문과 우정을 갈고 닦으며 십 대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