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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침잠mania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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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현주 Jul 13. 2022

과학고, 영재학교의 속사정

찬란한 열일곱 살의 봄

열일곱 살의 봄은 찬란했다. 


중학교 3년간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나는 높은 내신 백분율과 경시대회 입상 실적으로 과학고(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다. 당감동 백양산 자락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웬만한 대학교보다 월등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교복과 체육복이 따로 있었지만, 사복을 입고 공부했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했다. 중학생 시절 두발 및 복장 규정에 예속되었던 우리에겐 크나큰 자유였다. 교복은 보통 매주 월요일 등교할 때와 토요일 하교할 때, 딱 두 번만 착용했다.      




입학식 날, 신입생들의 얼굴에는 개선장군처럼 호방한 미소가 흘러넘쳤다. 그동안의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받듯이 다들 입학의 영광과 기쁨을 누렸다. 식이 거행된 2층 대강당은 축하하러 온 가족들로 금세 꽉 찼다. 한 반에 스무 명씩, 총 다섯 학급인 1학년 전교생은 백 명 남짓이었다. 식이 끝나자, 입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이동했고 가족들은 자랑스러운 자녀를 응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과 부모님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게 된 우리는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었다. 


다들 쟁쟁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진짜 실력자들인 만큼, 모든 활동에 자신감이 넘쳤고 인품과 배려심도 특출났다. 어떻게 다들 이다지도 착할 수 있을까 하며 놀랄 정도로 친구들의 선함에 나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서울과고라며 단단히 일러주셨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러한 기대에 틀림없이 부응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우리였다.      




모두가 방긋 웃던 입학식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3월 첫 주 수학 시간, 1단원 형성평가를 10문제 쪽지 시험 형식으로 보았다. 난도가 너무 높아서 다 맞은 학생은 우리 반에 단 한 명이었다. 한 문제만 맞은 애들이 수두룩했고, 나는 겨우 세 문제를 맞혔다. 그날 밤 여학생 기숙사는 눈물바다였다. 다수의 전교 1등 학생들도 합격하지 못한 이곳에 온 우리인데, 어찌 이런 일이……. 충격적인 결과에 다들 기가 찰 노릇이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아이들은 서로 울음을 달래주며 괴로운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옆반 한 여학생이 전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젯밤 가장 많이 울고 실의에 빠졌던 그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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