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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Aug 23. 2023

매일 아침,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기

자연의 리듬과 함께하는 부드러운 설렘

오랜만에 맞이하는 동도 채 트지 않은 깊은 고요의 시간.

입추가 지났음에도 아직 대지의 지열과 매미소리가 가시지 않은 요즘인데도 아직 매미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이따금씩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만이 다가올 하루의 시작을 미리 감지한 자들의 설렘과 흥분처럼 들려올 따름이다.


하루가 시작되는 양기가 충만한 시간. 비록 그 시간의 끝자락이지만 잠시나마 봄의 새싹이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그 기상을 닮은 강력한 생의 기운을 한껏 받아본다. 그래, 이 점 때문에라도 일찍 해시(亥時)에는 자고 인시(寅時)에는 일어나는 습관이 좋은 것이다. 단순히 아침 일찍이라서가 아니라 갈무리하고 저장할 때 육체도 그에 맞춰 잠에 들고, 하루가 시작되는 에너지로 가득할 때 우리 몸도 그에 맞춰 시작하는 자연의 리듬에 따르며 최고의 효율을 내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에는 좋은 엔진 오일과 미션 오일을 넣으려고 하면서 스스로의 인체에는 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그것도 돈도 들지 않고 자연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그런 에너지를 흡수시켜 줄 기회를 흘려보내 버리는 거지? 그걸 생각하면 그간 소홀히 대한 내 몸에, 그리고 마음에게 미안해진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려 애썼을 것을 생각하면 고맙고 갸륵하다.


숨을 깊게 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본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데는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의 이동을 느껴보고 맥박의 태동의 리듬을 느껴보는 것이면 족하다. 그것들을 확인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새로운 경험에 나를 내던져 보는 날이다. 불안함과 조급함 등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앞선다. 그걸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서서히 동이 트려는지 어둡던 하늘이 밝아지며 바깥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미도 어둠을 비집고 나오는 햇살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곧바로 본인의 업에 돌입하며 풀벌레의 독주곡에 합류하여 여름의 교향곡을 울리는 데에 가세한다. 아직은 더위가 절정에 닿기엔 한참 이른 시간이듯, 그 소리도 고조되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다.


오늘도 주어진 새로운 하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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