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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Sep 04. 2023

삶이 달라지겠다. 멋대로 판단만 안 한다면

불필요한 분별심을 내려놓은 삶

사진: Unsplash의 Ibrahim Boran


어쩌다 '으른'들의 저녁 자리에 함께하게 됐다. 신기한 모임 자리였다. 별로 할 얘기도,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들을 차려놓고 배 터지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 질문보다는 목소리가 크거나 수다스러운 사람들 혹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만이 자기 발언권을 어떻게든 가져오려 애쓰는.. 그런 모습의 자리.


그러나 나는 그런 양상의 대화 자리가 무의미하다고 딱지를 붙여버리는 기존의 패턴 대신 그 순간에 그저 머물러 보기로 했다. 어떤 대화들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대화 사이사이에 테이블 위에서 오고 가는 행동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말이다.


시선을 달리하자 같은 풍경도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SNS 게시 욕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자랑과 과시욕을 넘어 '나'라는 사람이 여기, 이곳에 있음을,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를 지나 여기까지 왔음을 타인에게 전하는 '자기 서사'를 통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가까워 보였다.


상다리가 부러지듯 음식을 차리는 것 역시도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더 풍족하지 못했을 어린 시절을 지나 여기까지 성장해 온 스스로에 대한, '우리'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었을까. 게다가 서로를 어떻게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에서는 요즘 세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그런 나눔의 정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무의미와 유의미는 누가 정해주는 것도, 그것들이 객관적 기준을 통해 정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오로지 내 안의 분별심이 좋고 나쁨을 순전히 내 주관적 취향에만 입각해 섣불리, 멋대로 정해버린 근거가 빈약한 결론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무의미할 게 뭐가 있나. 모이기로 뜻을 맞춘 사람들이 모였고, 먹을 음식이 있으며, 정해지지는 않아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말이다.

분별심만 내려놓아도, 평가하고 딱지를 붙여버리는 일방향적 사고만 그만두어도 세상은 한결 더 아름다운 곳이 될 거라 자부한다.


오늘 하루도 주어짐에, 내가 여전히 눈을 뜨고 숨을 쉬며 여기에 살아있음에 감사를 표해보자.

오늘은 내 안의 분별심과 색안경을 조금이라도 더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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