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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Oct 02. 2023

부모의 뜻대로 하는 게 효도일까?

추석 연휴 속 단상들


부모의 뜻대로 하는 게 효도일까?


나 좋으라고 하니,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잖아.


명절 때 흔히 오고 가는 '덕담' 뒤에 꼭 붙는 이 말은 정말일까?

부모의 뜻을 받는 것이 자식 된 도리란다. 옛 선현들이 말씀하신 '효'가 현대사회에 와서 멋대로 아전인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식의 앞날은 부모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듯이 정할 수 있고, 거기에 마땅히 따르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하는 것은 효의 왜곡된 해석이다. 그것은 자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컨트롤하려는 부모의 삐뚤어진 욕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의 전통에서 말하는 효란,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은 맞다. 단,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부모가 스스로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들 자신이 인의예지신이라는 덕을 함양한 '올바른'사람이 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옳음을 지향하고 자식에게도 그것을 가르쳐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하여 성숙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부모 된 도리다. 그럴 때라야 비로소 자식들은 마땅히 부모의 뜻을, 정확히는 부모가 전달하는 그 '옳음'의 가치를 이어나가게 되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효이리라. 그런 대전제가 성립이 될 때 그 나머지가 자연스레 뒤따르는 게 효가 자아내야 할 올바른 진풍경일 것이다.


결국 효는 부모가 자식을 멋대로 통제하기 위함도 아니고, 걱정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못 다 이룬 욕구를 투영하는 것도 아니다. 효는 올바른 가치가 손상됨이 없이 대대손손 전해져지는 공동체적, 문화적, 정신적인 벽돌과, 대들보를 쌓아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요즘 애들을 안 패서 저 모양이다


그런 발화자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위에서 말한 단상을 확장해 보자면, 부모가 제 도리를 다하면 자식은 절로 올바르게 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오은영 박사의 '금쪽이' 프로그램을 보며 사연 속 아이들을 욕하는 자들은 어리석다. 그것을 만들어 낸 원인은 부모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를 욕하는 자들 또한 어리석기는 매한가지다. 그렇게 될 수 있게 만든 사회적, 환경적 맥락도 있었을 테고, 그중엔 당연히 그 부모의 부모인 조부모가 존재한다.

물론 개인의 탓도 무시할 순 없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면 그렇게 남의 일에 쉽게 욕하는 자들은 결코 그 모든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 등을 찬찬히 검토해 보고 내린 결론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무책임한 욕에 담긴 생각의 깊이는 가뭄이 든 논에 고인 물의 깊이보다도 얕으며, 그 무게는 신생아의 머리카락보다도 가볍다.

개인을 보면 시대를 보려 하고, 시대를 볼 땐 그 속의 개인을 보려고 해야 한다. 언제나 보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겨선 안 된다. 내 삶에서 펼쳐지는 사건 사고 자체에 주의를 빼앗겨 그것과 싸워서도 안 된다. 바라봐야 할 것은 내면이다. 바깥이 시끄러울 땐 내면을 보고, 내면이 시끄러울 땐 다시 바깥을 보자. 의식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뿐, 그 의식의 초점은 언제나 현재, 바로 매 순간에 둬야만 한다.




결국 어른 말 틀린 거 하나 없단 걸 알게 될 거다


맞는 말이다. 발화자가 언행일치가 되는 진정한 '어른'일 경우에만.

그리고 그런 어른은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행위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모두가 원할 '행복'이라는 가치를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좇는 것이 결국 인생인 것을 서로가 이해하는 것. 그것이 상호 간에 필요한 조화와 존중의 정신이 되겠다.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내심 상대가 자신 쪽으로 언젠간 바뀔 거라 기대하며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은 존중이 아니라 강요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언어적 폭력이나 물리적 폭력이나 똑같이 폭력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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